“뮤지엄은 인간 세계 속 또 다른 세계”…오독 개인전, 예술공간 아름서
카메라를 통해 읽어낸 세상은 ‘오독’ 투성이라는 점에서, 그가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다. 그의 사진을 만나는 관람객들 역시 각자만의 오독이 넘실대는 감상을 통해 작가와 소통하는 기회를 맛본다.
오독 개인전 ‘뮤: 지엄’ 전이 4일까지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열린다.
사진도 제법 오래 찍었고, 세 차례의 개인전 등 활동도 꾸준히 이어온 그는 십 여 년 전부터 ‘뮤지엄’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었다. 지난날의 궤적 속에서 6~7년 전 러시아에 갔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사진을 골라내고, 10년 전 방문했던 인도에서의 기억 역시 길어 올리면서 박물관의 장소성에서 착안한 테마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특히 작가는 ‘뮤지엄’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내세운 이번 시점부터 본명 대신 ‘오독’이라는 정체성을 통해 작품 세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전시에선 작가가 러시아와 인도 등지를 여행 도중 찍었던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박물관의 소장품이나 내부 공간에 시선을 뺏기기도 했고, 어떤 곳이 뮤지엄이 될지 가늠해보면서 박물관 바깥에도 렌즈를 갖다 댔다. 그렇기 때문인지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벽에 걸린 각각의 개별 작품에 몰두하기보다는 작품과 작품들이 어떤 사연으로 엮여있을지 상상하는 묘미가 있다.
오늘날 뮤지엄(museum)의 유래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여신 ‘뮤즈’에게 헌납된 사원인 ‘뮤제이옹(museion)’에서 출발한다. 신성한 보관소였던 뮤지엄은 소수의 재력을 과시하던 공간을 거쳐, 이제는 대중에게 개방된 소통의 공간으로서 우리 곁에 존재한다.
뮤지엄에서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카메라를 들었을까. 작가에게 뮤지엄은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다. “생각해보면 뮤지엄은 정말 재밌는 곳 아닌가요. 그저 문화나 예술, 역사와 과학 등의 소장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일 뿐 아니라 또 다른 인간 세계처럼 느껴져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확인할 수도 있고요.”
그는 그림이 주변 유리에 반사된 형상을 촬영하기도 하고, 그늘에 머물러 형상을 분간하기 어려워진 석고상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벽에 걸린 카를 브률로프의 ‘폼페이 최후의 날’을 찍을 때는 그림 전체를 찍는 대신 캡션이 달린 액자 프레임 근처만 찍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물 만을 봤을 때는 박물관 속 소장품들이 왜 이런 모습으로 카메라에 담겼는지 쉽사리 파악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오독 작가의 사진들은 관람객들이 뮤지엄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와 뮤지엄 속을 맴도는 존재들이 어떻게 공간에 스며들어 있는지 능동적으로 사고하는 계기를 열어준다.
그는 이번 전시에 단순히 박물관에서 찍은 작품들만 배치하지 않았다. 박물관을 벗어난 사진들 역시 전시장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달리는 열차의 창문에 비친 남자의 모습은 마치 박물관에 걸린 초상화 같다. 박물관을 수놓는 초상화들엔 주로 권력자들의 얼굴만 있지만 작가가 찍어낸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탈 수 있는 기차의 객실 역시 일종의 뮤지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상상도 해볼 수 있다.
박물관을 벗어난 사진을 통해서 뮤지엄이라는 공간에 의미를 덧입히는 데 매달리지 않고, 과연 어떤 곳이 뮤지엄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오독 작가는 “물론 감정적으로 강한 끌림을 부여하는 사진들도 있다. 그런 작품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 힘을 얻는다”며 “하지만 내 사진들은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사진들간의 관계를 음미할 때 사연과 스토리가 자연스레 묻어나온다. 관람객들이 각자 느낀 것들을 내 사진을 매개로 자유롭게 공유하는 시간이 됐으면 했다”고 강조했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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