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방통위, 경찰까지···MBC 대주주 방문진 전방위 압박하는 정부

강한들·김송이 기자 2023. 8. 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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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 MBC. 성동훈 기자

정부가 한국방송(KBS) 이사회에 이어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방통위에서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김기중 이사 해임이 제안됐다. KBS와 방문진 이사회 구성을 정부에 유리하게 바꿔 내년 총선 이전까지 KBS와 MBC의 사장을 교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방문진에 따르면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오는 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에 있는 감사원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계획이다.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는 지난해 11월 보수 성향 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가 국민감사를 청구해 시작됐다. 감사원은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사전 자료수집을 했고 지난달 10일 본 감사를 시작했다.

감사원과 방문진·MBC는 ‘감사원이 방문진을 감사할 수 있는가’를 놓고 행정소송 등 법정 다툼을 하고 있다. 국민감사제도는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법령 위반 또는 부패 행위로 인해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에 청구할 수 있다. 감사원은 방문진의 부패 행위가 무엇인지, 위반한 법령이 무엇인지 제시하지 않고 감사부터 시작했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지난달 10일 “이번 감사는 ‘MBC 장악’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부당하고 위법한 감사”라며 “방송 장악 첨병 역할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4일 방문진에 대한 실지 검사, 7일에는 감독에 착수한다. 방통위는 지난달 13~19일 검사·감독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강행을 규탄하며 단식을 이어가던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이 지난달 6일 단식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방문진에 대한 검사, 감독 중단을 요청했고 방통위는 감사원 감사 진행 기간까지 이를 유보하기로 했다.

김현 위원에 따르면 이상인 상임위원은 2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김기중 이사 해임을 건의했다.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자료가 누락됐다는 등 이유로 알려졌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방통위 사무처도 해임 필요성 등을 먼저 보고하지 않았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2월 취임한 안형준 MBC 사장 선임과정에 관한 자료를 지난달 28일 방문진에 요청했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며 “그쪽(방문진)에도 자료가 제출된 게 있어서 같은 자료를 제출한 건지 확인하려고 공문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보수 성향 MBC 제3 노조는 지난 3월 안형준 사장을 업무방해죄로 고발했다. 제3노조는 “안 사장은 2016년 A사의 드라마 PD가 공짜 주식수수 혐의로 사내 감사를 받을 때 ‘해당 주식이 본인 소유’라고 답변했다”며 “거짓말로 A사의 감사 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총선 이전에 이사회 구도를 바꾸고 사장을 교체함으로 비판 보도를 할 가능성이 있는 KBS, MBC를 통제권 아래에 두려고 하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을 망가뜨리고 나서는 사적 미디어 영역까지 공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진은 오는 3일 오전 권 이사장 출석에 맞춰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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