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법 문제없다는데…'무량판 주차장'만 줄줄이 점검, 왜?
'공간 활용' 장점…2010년대 중반 아파트 주차장 등 적용
"현장 이해 부족…정밀 설계·시공 감당 못 한 탓" 지적도
최근 아파트 부실시공 논란에서 부각된 '무량판 구조'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이어 경기도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역시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만 골라 안전 점검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LH는 특히 앞으로 무량판 구조 주차장 공사를 가급적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무량판 공법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한목소리를 모은다. 다만 전제가 있다. 현장에서 이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더욱 철저하게 설계·시공·감리 등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다른 공법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긴 하지만 무량판 구조의 경우 더욱 현장의 이해도가 떨어지기 쉽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된 '철근 누락'은 무량판 구조에서 더 큰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LH 이어 서울·경기도도 '무량판 주차장' 전수 조사
SH는 2일 그간 준공된 아파트에서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모든 단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SH는 앞서 최근 5년간 준공한 단지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구조적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가 지속하자 조사 대상을 더욱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역시 지난 1일 무량판 구조 적용 아파트에 대한 전수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내 민간 공공주택 88곳과 경기주택도시공사의 공동주택 7개 등 95개 단지를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총 293개 민간아파트 단지 역시 전수 조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앞서 LH가 자사가 발주한 단지 중 무량판 구조 주차장 적용 단지들을 전수 검사한 결과 총 91곳 중 15곳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15곳 현장의 설계사와 감리사, 시공사가 제각각이었다는 점에서 무량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무량판 구조'는 내력벽이나 보가 아닌 기둥이 슬래브(콘크리트 천장)를 지탱하는 구조다. 보를 사용하지 않아 내부 공간 효율성이 좋고 층간 소음이 덜하다는 장점이 부각하며 2010년대 중반부터 국내 아파트 단지에도 지하 주차장을 중심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백화점이나 고층 상업용 시설에 주로 사용했다. ▷관련 기사: 검단·광주 붕괴 사고에 등장한 '무량판 구조' 어떻기에?(5월 4일)
지난 4월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다.
"무량판 공법은 문제없어…현장 이해도 높였어야"
전문가들은 무량판 공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데에 한목소리를 모은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검증된 공법이라는 설명이다. 사고가 벌어졌던 인천 검단 아파트를 봐도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철근이 빠졌던 게 문제였지 무량판 구조 자체가 사고 원인은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모든 공법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기 마련"이라며 "사실 다른 구조들도 (부실시공 등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최근 붕괴 사고가 벌어진 게 무량판 구조라는 게 알려지면서 더욱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량판 구조라고 해도 철근이 제대로 들어가고 콘크리트 강도가 제대로 나온다면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도 무량판 구조의 경우 시공 과정이 다소 까다롭고 현장의 이해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사고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무량판은 기둥이 바로 콘크리트 천장을 지지하는 구조인 탓에 기둥과 맞닿는 부분에 하중이 집중된다. 이에 따라 천장이 뚫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기둥 주변에 철근(전단 보강근)을 여러 겹 감아줘야 한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소홀히 했을 경우 붕괴 사고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안전을 다소 소홀히 해왔던 잘못된 관행이 문제를 키웠을 거라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무량판 구조는 전단 보강근을 넣는 과정에서 작업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며 "여기에 더해 빠른 시간에 공사를 하도록 하는 관행 등으로 인해 부실한 공사가 초래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설 현장에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돼야 하는데 시공 과정에서 철근을 배근한 인력들이 무량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고, 또 책임자들은 교육 등으로 설명을 정확히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던 등의 영향으로 문제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울러 공사비 절감이나 공기 단축 등을 이유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체가 공사에 참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무량판 공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LH는 앞으로 가급적 무량판 구조 적용을 지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2일 긴급대책회의에서 "공법상 무량판은 전혀 문제가 없다"며 "다만 무량판 공법이 도입된 지 얼마 안 돼 안착이 안 돼서 최근 철근 누락 등의 문제가 발생한 만큼 LH 발주 아파트에 대해서는 도입을 가급적 지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무량판 공법을 터부시하기보다는 지금의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안 교수는 "무량판 구조는 상당히 우수한 구조"라며 "사고가 일어났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서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에 구조 전문가, 안전 전문가를 충분히 두도록 하는 등의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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