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 카르텔' 척결 나선 LH…"긍정적이지만, 과도한 억압은 안돼"
"LH 직원 근무하는 업체라고 매도해선 안돼…적정 선 필요"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실시공 설계·감리업체는 원스트라이크로 퇴출하고, 전담조직을 만드는 등의 전관특혜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 이권 카르텔을 깨부수라"고 주문한 지 하루 만으로,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적정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LH에 몸담았던 전직 직원들의 경우 쌓아온 경험 등으로 건축 발전 등을 유도하는 순기능이 많은데, 전관특혜라는 이름으로 과도하게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 설치…어디까지? '권한'이 관건
LH는 2일 강남구 논현동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건설카르텔과 부실시공 근절을 위한 LH 책임관계자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공정건설 혁신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공공주택에서 '철근 누락'이 무더기로 확인된 가운데 이를 설계했던 업체 대다수가 LH에 몸담았던 전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으로 밝혀져 '전관특혜'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건설 이권 카르텔을 깨부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우선 LH는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운영기한은 정해두지 않고, 카르텔이 척결될 때까지로 정했다. 설계와 심사, 계약, 시공, 자재, 감리 등 건설공사 전 과정을 점검하며, 만약 전관예우나 이권개입 등의 행위를 적발할 예정이다.
특히 구성원에는 외부 전문가들도 참여시키기로 했다. 이와는 별개로 감리용역 전담부서를 개편하고, 감리사 현장관리조직도 의무화한다.
전관예우 문제는 LH에 뿌리깊이 남아있는 병폐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지적이 돼 온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퇴직자 사전접촉' 자체조사 계획을 밝히며 차단에 나섰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간 적극적인 카르텔 척결 의지와 조직이 부족해 이 같은 문제가 고착화했다고 정부는 분석한다.
전담 조직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으로 공정의 전 과정에 대해 들여다본다면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동력은 강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권한을 어디까지 부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전담 조직이 생긴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현장에서 설계든 감리든 시공이든 미스가 있었다. 다만 과거부터 LH는 전관예우를 근절하겠다고 여러 방안을 내놨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한 바 있듯이 조직에 전관예우와 관련해 많은 권한을 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직접 확인하고 고발하는 형태가 아니라 수십번의 보고를 거치고 결제를 받아야 하는 구조라면 중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없다고 볼 순 없다"고 부연했다.
LH는 조직 내 6명 밖에 없는 본부장이 해당 조직의 장을 겸임하는 만큼 많은 권한이 주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LH 관계자는 "현재 LH 내에는 본부가 6개 밖에 없다. 그런 본부의 장이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장까지 겸임하는 만큼 많은 권한이 주어질 것"이라고 했다.
◇'무조건적' 억압은 NO…"순기능 무시해서도 안돼"
부실시공 유발업체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도입된다. LH는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등 퇴출 수준의 직접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공사 단계별로 건축물 정밀안전점검 의무도 시행할 예정이다. 검사기능 강화를 위해 영상기록검측 및 디지털 시공 확인 체계로 전환하고, 품질과 안전 관련 자재 외에는 직접 구매자재 적용 제도를 재검토할 계획이다.
또 전관업체 간 담합 의혹에 대해선 정황이 의심되면 즉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자체 분석 결과와 외부 제보, 언론보도 등에 따라 의심 사유가 발생하면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LH의 전 직원이 근무하는 업체를 전관특혜라는 이름으로 과도하게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LH 전직 직원들은 그간 설계와 시공 등 부문에서 많은 경험을 해왔다. 그 사람들이 설계사무소 등으로 가서 경험을 전수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며 "물론 선정과정에 관여하는 역기능도 있지만 이를 지나치게 우려해 순기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입찰비리 등은 철저하게 가려낼 필요는 있지만, 전체를 매도하는 형식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판검사들이 퇴직 후 변호사를 전업하면 국민들이 받을 수 있는 법률 서비스 질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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