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실낱 희망’ 콜린 벨, “기적에 앞서 탄탄한 실력 보여줘야”

오는 30일 오후 7시 독일과 조별리그 최종전
한국, 독일 다섯 골 차로 꺾고 콜롬비아가 모로코 꺾어야 16강 가능
벨 감독 "긴장감, 압박감 이겨내야"

콜린 벨 감독은 기적을 말하기에 앞서 우리의 역량을 최대한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독일과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콜린 벨 감독이 기적을 바라기 전에 모든 역량을 꺼내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오는 3일 오후 7시(한국시간) 호주 퀸즐랜드주의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독일을 상대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을 치른다.

현재 한국(승점 0)은 2패로 조 최하위에 처져있다. 2연승의 콜롬비아(승점 6)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독일(승점 3, +5), 모로코(승점 3, -5)가 잇고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가장 위협적인 16강 경쟁국이었던 콜롬비아에 0-2로 졌다. 경기 초반 좋은 경기력을 보였으나 페널티킥과 골키퍼 실수가 이어지며 무릎을 꿇었다.

콜롬비아전에 모든 초점을 맞췄기에 16강행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한국은 조 최약체이자 월드컵에 처음 나서는 모로코전 다득점 승리로 불씨를 살리고자 했다. 그러나 승리는 쉽지 않았다.

FIFA 랭킹 17위인 한국은 72위인 모로코에 위협이 되지 못했다. 전반 초반 내준 골을 끝까지 만회하지 못하며 0-1로 패했다. 모로코 여자 월드컵 역사상 첫 골과 첫 승리의 희생양이 됐다.

충격적인 2연패를 당한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한국이 16강에 오르기 위해선 독일을 다섯 골 차이로 꺾어야 한다. 또 동시에 열리는 경기에서 콜롬비아가 모로코를 꺾어줘야 한다.

콜롬비아와 모로코에 연패한 한국이 독일을 꺾는 건 쉽지 않다. 그것도 다섯 골 차이 승리는 더더욱 어렵다. 독일이 비록 콜롬비아에 덜미를 잡혔으나 FIFA 랭킹 2위로 이번 대회 우승 후보 중 한 팀이기도 하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벨 감독도 쉽지 않은 현실을 인정했다. 독일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벨 감독은 “독일을 잘 안다”며 “우리가 지난 2경기를 모두 이겼더라도 독일전은 어려운 경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4년간 보인 최고의 기량을 내일 다 보여주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5골이 필요하다”고 말한 그는 손가락으로 작은 제스처를 보였다. 이어 “5-0 승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확률은 이정도밖에 없다”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연패 중 강호와의 맞대결, 다섯 골 차 승리, 희박한 16강 확률에도 승리를 향한 의지는 달라지지 않는다. 벨 감독은 “상대 독일은 당연히 이길 생각을 하고 경기장에 올 것”이라며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34년간 지도자 생활을 했고 그전에는 선수로 뛰었는데 한 번도 진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2경기에서 무득점으로 침묵한 상황에 대해선 “내일 최소한 한두 번의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답했다.

벨 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잠재력은 정말 엄청나다”며 “모두가 대표팀에서 뛰는 걸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제 무대가 주는 긴장감, 압박감을 이겨내야 한다”며 “앞선 2경기에서는 이런 부분이 잘되지 않았다”라고 돌아봤다.

그는 “특히 실수가 매우 많았다”면서도 “지난날의 과오, 실수는 잊고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벨 감독은 기적이 필요한 상황에 대해 “일단 기적이라는 건 너무 큰 단어”라며 “축구에서 기적을 언급하기보단 먼저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탄한 실력을 먼저 보여줘야 하는데 내일 그렇게 하겠다”라고 결의를 보였다.

허윤수 (yunsport@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