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수법'도 못 걸러낸 내부통제, 경남銀 562억원 PF대출 횡령사고
■경남銀서 562억원 규모 사고 발생
2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모씨는 2007년 12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부동산PF 업무를 담당하면서 총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차주가 상환한 대출금을 자신의 가족 계좌 등 제3자 계좌로 빼돌린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씨는 2016년 8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69억원에 달하는 부실화 대출건의 대출원리금을 가족 계좌로 이체해 77억9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약 1년간 PF 시행사(차주)의 자금인출 요청서를 위조해 326억원을 추가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PF대출 상환자금 158억원을 상환처리하지 않고,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은행은 자체감사 과정에서 이씨 혐의를 인지, 업무에서 배제하고 검찰에 고소했다. 지난 7월 20일 경남은행 보고를 받은 금감원은 긴급 현장점검에 착수, 서울 소재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에 검사반을 투입해 사고 경위 및 추가 횡령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내부통제 체계 점검 차원에서 창원에 있는 경남은행 본점에도 검사반을 추가 투입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임세진 부장검)는 이날 피의자 주거지와 경남은행 투자금융부 등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남은행은 "고객과 지역민들께 조금의 피해도 없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횡령 자금은 최대한 회수해 은행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직원을 포함해 관련인에 대한 부동산 및 예금 가압류 등 채권보전조치 절차도 진행했다. 경남은행은 "내부통제 분석팀을 신설해 객관적인 조사와 세밀한 분석을 통해 전면적인 시스템 정비 등 강도 높은 추가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구멍뚫린 銀 내부통제, 금감원도 '뒤늦게 인지'
횡령사고가 이어지면서 은행권 내부통제와 당국의 관리감독 '허점'이 재확인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번 금융사고가 사고자 일탈 외에 은행의 내부통제 실패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정 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에 대한 순환 인사, 고위험업무에 대한 직무 분리 등 기본적 내부통제가 작동되지 않았을 것이란 판단이다. 금감원은 은행권에 부동산 PF대출 등과 관련해 자체 점검도 당부했다.
2016년 8월 최초의 횡령 이후에도 사고가 이어졌단 점에서 임직원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본 금융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금융사 최고경영책임자(CEO)에게 책임을 물을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다. 지난 6월 금융당국은 내부통제에 시스템적 실패가 발생하는 경우 CEO에게도 책임을 묻기로 했지만 해당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입법 전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일단 금감원 조사를 더 해야 하고, 또 내부통제 미마련과 관련해 현행법상 CEO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도 있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 CEO에 책임을 묻는다고 단정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당국의 관리감독이 충실했는지 또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거래의 적정성과 사고 가능성을 다 들여다볼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금감원 검사를 통해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상당히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사 내부통제와 당국의 관리감독에 구멍이 생기면서 은행권 횡령사고는 매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은행권 횡령사고 건수는 111건, 횡령액은 944억1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경남은행 횡령사고로 최근 6년간 은행권 횡령액은 15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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