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무량판' 없다던 LH 아파트, 보금자리·행복주택에 썼다

이민하 기자 2023. 8. 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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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LH 주거동 무량복합구조 조사 배제…동일 방식 민간 아파트는 주거동 포함 전수조사
[오산=뉴시스] 김명년 기자 = 1일 오후 경기 오산시 청학동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가 설치돼 있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91개 단지 중 철근이 누락된 아파트 15곳을 공개했다. 이 단지는 보강 철근 필요 기둥 90개 중 75개에서 철근이 누락됐다. 2023.08.0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분양 아파트의 주거동에도 무량판구조가 곳곳에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거동에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적이 없다는 기존 발표와는 어긋나는 부분이다. 해당 LH아파트들은 이번 전수조사 대상에서도 뚜렷한 이유 없이 제외됐다. 조사 대상을 2017년 이후 지하 주차장으로만 한정한 것을 두고 지적이 나온다.

2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LH는 200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임대·분양 아파트들에 '무량복합구조(FCW)' 적용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계획에 맞춰 보금자리·행복·영구주택부터 윤석열 정부의 '뉴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해왔다. LH 아파트에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적이 없다거나, 최신 선진기술인 탓에 기술자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모두 사실과 거리가 먼 설명인 셈이다.

실제로 LH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 1만여가구에 무량복합구조를 채택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20만가구 이상을 공급했던 '보금자리주택'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면서 공공주택에 사용을 확대했다. 2016년 이후에는 '100년 아파트'라는 목표로 장수명 공공주택 사업에도 적용했다. 2018년 완공된 800가구 규모 세종시 장수명주택 중 116가구가 이 같은 공법을 적용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이 중 절반은 무량판 구조, 나머지 절반은 라멘(기둥식) 구조로 시공됐다.

건축업계에서는 아파트 등 건축물 구조는 크게 무량판과 라멘 그리고 벽식으로 구분한다. 라멘은 기둥들 위에 수평의 보를 얹고 그 위에 천장을 올린다. 무량판은 보 없이 기둥으로 천장을 지지한다. 벽식은 벽면 자체로 천장을 지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파트 대부분은 벽식 구조다. 가장 저렴하고 설계·시공이 간단해서다. 무량판, 라멘 구조는 아파트 주거동에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 초부터 층간소음 저감과 리모델링 편의성 개선 등을 위해 외국처럼 주거동에 무량판·라멘 구조를 적용하는 방안이 본격화됐다. 이에 등장한 게 벽식과 무량판을 혼합한 무량복합구조다. 벽식보다 하중을 받는 내력벽 수가 줄어 실내 공간을 넓게 확보할 수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량복합구조는 벽식처럼 기둥 대신 벽을 지지대로 쓰지만, 하중 설계에 따라 내력벽 수를 줄인 것"이라며 "내부 벽을 콘크리트 대신 건식 경량 벽체를 사용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시공성은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무량복합구조와 무량판 구조 달라" LH 주거동 뺀 지하 주차장만 전수조사…민간은 주거동까지 전수조사
국토부는 지난달 말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LH 아파트 분양·임대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설계·도면·시공 오류, 단순 누락 등으로 철근이 빠졌다고 밝혔다. 3개월여간 진행했던 이번 조사는 처음부터 대상을 2017년 이후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지하 주차장으로 국한했다. 주거동은 처음부터 배제했다. 지하 주차장에 적용한 무량판 구조와 무량복합구조에 유사성이 있음에도 조사 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국토부는 LH 주거동에 적용된 무량복합구조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LH 주거동에는 지하 주차장 같은 무량판 구조는 없다고만 전달받았다"며 "무량복합구조 여부는 내용을 확인해 봐야 할 거 같다"고 했다. LH 측은 "인천 검단 아파트처럼 철근 누락으로 문제가 됐던 지하 주차장의 무량판 구조와 아파트 주거동의 무량복합구조는 방식이 다른 것"이라며 "주거동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올해 하반기 전수조사 예정인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는 지하 주차장과 주거동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주거동은 대부분 LH와 같은 무량복합구조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다른 조사 범위를 두고 민간에만 책임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LH 주거동과 같은 구조인데 오히려 민간 아파트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LH 조사 때는 제외한) 주거동까지 포함해 조사하는 게 맞는 거냐"고 반문했다.
"무량판 구조·무량복합구조 모두 안정성 검증된 방법 …공포감 조장 말아야"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든 무량복합구조든 공법 자체는 안전성이 검증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 설계·시공·감리 과정에서 부실이 안전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벽식과 달리 지지체가 적고, 보도 없기 때문에 설계·시공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성준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은 "무량판 구조든 무량복합구조든 주택에 사용된다고 해도 설계·시공이 제대로 됐으면 안전하다"며 "더욱이 주거 공간이 주차장처럼 넓은 면적도 아니고, 자동차처럼 큰 하중이 가해지지도 않기 때문에 무너질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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