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에도...정부·한은 "국내 영향 제한적"(종합)

박광범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이용안 기자 2023. 8. 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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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선호심리 부각될 수도…원/달러 환율 15원 가까이 급등
정부·한은 "시장 변동성 확대 등 필요 시 시장안정 조치"
미국 국기와 월가 모습/로이터=뉴스1


신용평가회사 피치(Fitch)가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한 가운데 정부와 한국은행 등 경제·금융당국은 이번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상황과 맞물려 환율과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였던 2011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달러화와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다소 확대될 수 있단 경계감을 내비쳤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5원 가까이 상승했다. 정부는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필요 시 시장안정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은 2일 오전 실무회의를 열고 미국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한은과 금융위, 금감원, 국제금융센터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실무진 회의를 매일 열고 있다. 부처에선 1급이 한은에선 부총재보가 참석하는 회의다.

앞서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한 곳인 피치는 1일(현지시간)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3대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피치는 "앞으로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 악화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은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당장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피치가 신용등급 강등 주요 근거로 제시한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과 거버넌스 악화 지적이 새로운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나 새로운 뉴스가 아닌 트럼프 전 대통령때부터 이어져 온 미국의 정치 구조와 거버넌스 문제점 때문에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이라며 "미국 재무부도 옛날 문제로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고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내외 금융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1년과 비교해 현재 금융·외환시장의 위험 요인이 적고 당시 사태로 인한 학습 효과가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11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졌을 당시에는 유럽 재정 위기와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구조조정을 진행해 글로벌하게 시장이 불안한 상황이었다"며 "시장에는 항상 불안 요인이 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위험요인이 크지 않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와 한은은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돼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 이날 외환시장에선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101.9선에서 102.2선으로 튀어 올랐다.

이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7원 오른 1298.5에 마감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엔화도 안전자산으로의 매력이 부각되며 강세를 띄었다. 전날 143.5엔선까지 올랐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142.6엔선으로 내렸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 큰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진 않지만 시장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할 수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기재부 내 금융·외환·채권시장 담당부서가 참여하는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각별히 경계하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방 차관은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2011년 S&P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AAA→AA+) 때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향후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심화되며 국내외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체계를 유지하는 한편 필요시 시장안정을 위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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