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몇 절에 넣나” “국호를 고려로”...韓 ‘상온 초전도체 발견’ 논문에 ‘밈’ 확산

최윤정 2023. 8. 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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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에너지연구소 및 한양대 연구진이 공개한 상온 초전도체 'LK-99'. 김현탁 교수 제공
 
상온, 상압에서 초전도체를 발견했다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공개되자, 전 세계 과학계가 큰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외 누리꾼들 사이에서 관련 밈(meme)이 확산되고 있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0인 물질로, 전류를 흘려보낼 때 에너지 손실 없이 극한 효율로 전달할 수 있다. 핵융합, 양자 컴퓨터, 자기부상열차 등 인류가 꿈에 그리던 미래 기술을 실현할 수 있어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기술이다. 

현재까지 초전도체 이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임계온도가 영하 200도에 이르는 극저온에서만 저항이 0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상온이라고 해도 초고압 환경에서만 해당 현상이 나타났다. 때문에 실생활에서 사용하기 다소 어렵다.

그러나 지난 달 22일 과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한 연구진의 논문이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됐다.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이 논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국 연구진으로 알려졌다. 이석배 퀸텀에너지연구소 대표,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 등이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국내 연구진이 논문을 게재한 아카이브는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고 빠르게 누구나 쉽게 공개할 수 있는 곳으로, 학계의 검증을 아직 받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논문을 통해 납과 구리, 인회석을 이용해 ‘LK-99’라는 물질을 만들었고, 이 물질은 임계온도 127℃(400K)이하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 누리꾼이 게재한 미래의 세빛 둥둥섬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논란의 중심에 선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국내 누리꾼들의 관심은 상당하다. 특히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상에서는 이미 초전도체 관련 밈이 쏟아지고 있다.

초전도체 구현을 발표한 퀀텀에너지연구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연구소 대표인 이석배 대표를 이른바 ‘석배형’이라고 칭하며 그를 칭송하는 글이 줄을 지어 게재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상온 초전도체 개발이 과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며 “(초전도체) 애국가 몇 절에 넣냐”고 애국가 TV 화면에 초전도체 모습을 합성한 사진을 게시한 바 있다.

또 미래의 서울은 초전도체 물질로 건물을 짓고, 반포 한강공원에 있는 ‘세빛 둥둥섬’이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공중 섬처럼 떠다닌다는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이석배 교수가 고려대학교 출신인 점을 착안해 한 누리꾼이 그린 만화.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논문 제1저자인 이 교수가 고려대학교 출신이라는 점을 착안해 ‘국호를 대한에서 고려로 바꿨다’, ‘하버드보다 고려대’ 등의 농담도 올리고 있다. 고려대학교와 라이벌 관계로 거론되는 연세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우리의 희망은 이것 뿐’이라며 연세크림빵 사진을 올린 게시물이 큰 반응을 얻었다.
 
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신 과학기술인 챗GPT와 AI가 LK-99 출연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표현한 밈도 등장했다. 또 한국이 LK99로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것이라는 밈이 올라와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외신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지만, 학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앞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해외 연구팀 발표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검증 과정 중 철회된 바 있다. 2020년 미국 로체스터대의 랑가 다이어스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연구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철회됐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논문의 세부사항이 부족해 많은 물리학자들이 이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한국 연구진의 논문에 대한 학계 반응을 전했다.

마이클 노먼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연구원은 “납-인회석은 비전도성(전기가 흐르지 않는) 광물이고, 이는 초전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그리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이석배 대표는 이번 논문이 완성된 논문이 아니고, 공개할 의도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 인터뷰에서 “다른 저자들 허락 없이 권 교수가 임의 게재한 것이다. 아카이브엔 내려달라는 요청을 해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권 교수가 퀀텀에너지연구소 최고기술책임자로 있었던 것은 맞지만, 4개월 전 이미 이사직을 내려놓아 현재는 회사와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최윤정 온라인 뉴스 기자 mary170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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