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지도자의 패배에 대한 책임론 주장 타당한가?

김덕기 2023. 8. 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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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2023년 시즌 프로축구 K리그1, K리그2에 다른해 시즌과는 다르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그 현상은 다름아닌 팀 패배 시 감독들의 '내 책임' 주장이다. 이는 지도자로서 스포츠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공은 선수에게 잘못은 감독에게'라는 말과 부합하여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감독으로서 경기의 '승. 패에 영향을 미치는 지도력은 약 20%에 불과하다'라는 사실을 유추해 봤을 때 K리그1, K리그2 감독들의 무조건적인 책임론 주장은 신중함이 요구된다. 아울러 책임론 주장이 의도성이 엿보여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 또한 크다.

K리그 그라운드는 냉혹하고 경기 결과 평가는 냉정하다. 이에 감독들이 갖게되는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때문에 프로 감독은 그 어느 분류의 감독보다 높은 지도력과 리더십이 요구된다. 특히 경기를 앞두고 상대팀 분석에 의한 선발 스쿼드 구성과 포메이션 선택 그리고 구체적이고도 세밀한 전술, 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감독의 지도력 범위를 벗어나는 사항이 있어 경기 승.패를 좀처럼 예단하기 힘들다. 그 부분은 바로 선수의 정신력, 체력, 컨디션 문제다. 이 세 가지 사항은 감독의 지도력으로는 완전 해법을 찾기 힘들다. 오직 선수 스스로 해결해야만 할 과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감독의 상대팀 분석에 따른 아무리 좋은 전술, 전략이 뒷받침 된다 해도 경기에 대한 결과는 만족스러울 수 없다. 이런 조건 하에서 패배 시 감독의 책임론 주장은 또 다른 의도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분명 감독이 경기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 무한 책임도 어디까지나 전술, 전략에 의한 경기 운영을 포함 용병술까지 감독이 경기에서 발휘한 지략적인 면에 국한될 뿐 그 이상의 것은 없다. 그럼에도 감독이 패배 시 이를 도외시하고 무조건적인 책임론만을 주장한다면 공감대를 얻는데 어려움이 있다. 결코 무조건적인 책임론 주장으로 감독의 지도력 평가가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다음 경기 결과에 대한 뚜렷한 희망이 제시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프로 감독은 책임론 주장 이전에 리더십에 의한 선수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바탕으로 팀 전술, 전략적인 면을 확실히 공유하며 이해 할 수 있도록 하는데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같은 지도력은 궁극적으로 선수들에게 프로 의식을 심화시키는 촉매로 작용하며 선수 스스로 프로답게 정신력과 체력 강화에 매진하고 컨디션 조절에도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강한 팀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지도자가 선수 개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지도력은 선수의 동기 부여가 확실해져 선수 개인과 팀의 발전을 도모한다.

감독이 아무리 경기에 대한 승리의 열망이 높다고 해도 팀을 춤추게 할 수 없다. 오직 팀을 춤추게 하는 것은 바로 선수다. 그래서 지도자는 지도력에 자만심은 물론 경기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가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오직 중요한 것은 팀을 춤추게 할 수 있는 선수들로 변화시킬 수 있는 지도력 발휘가 우선이다. 이에 지도자가 이를 도외 시 한다면 책임론 주장에 길들여 질 뿐 선수와 팀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사실 책임론 주장으로 자신의 덕망이 높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패배에 따른 직책의 연장이 보장된다는 확실성도 없다. 이에 감독은 패배 시 무조건적인 책임론 주장은 자칫 일시적인 책임 회피와 변명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가급적 지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도자의 경기 후 분석은 당연한 임무에 해당된다. 하지만 그 임무가 책임론으로 희석 되어서는 안 된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패배한 경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렇지만 그 이유가 모두 감독의 책임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오직 책임져야 할 부분은 다음 경기 승리에 대한 지도력의 디테일이다. 이제 K리그 무대에서어 감독의 "미안하다" "부족했다" "내 잘못이 크다" "'준비에 미흡했다"와 같은 책임론 말은 이제 자제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 보다는 "상대 분석을 철저히 하여 이를 선수들과 공유하여 경기에 임하겠다" "다음 경기는 전술, 전략적으로 좀 더 완벽성을 기하겠다" "패인에 대한 원인을 분석 이를 보완하여 선수들의 경기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힘쓰겠다" 등과 같은 패인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세부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자세가 지도자로서 더욱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실로 K리그 감독이라면 비난과 비판을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 한 해 시즌 38~40경기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패배는 당연하고 연패 또한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패배를 떠안게 될 때마다 책임론을 제기한다면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항상 긴장하며 한편으로 불안하다. 궁극적으로 이는 감독의 책임론 지속성을 초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여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지도자의 말은 때로는 승리와 비례한다. 그 말은 바로 선수들에게 경기에 대한 확실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가운데 정신적 부담감과 심리적 압박감을 해소시켜 자신감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분명 지도자가 이를 실천한다면 패배에 대한 책임론 말 보다는 더 높은 희망을 논하는 말을 되풀이 하게 될 것은 명확하다.

김병윤(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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