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서 또 거액 횡령…금감원, 전 은행권 긴급점검
부동산 PF 대출 관련 자금관리 점검…필요시 현장점검
순환근무, 직무분리 등 안 지켜…경남은행 고강도 제재할 듯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경남은행에서도 562억원에 달하는 대형 횡령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금융당국이 전 은행권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관리와 관련한 긴급점검을 지시했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의 횡령이 발생한 데 이어 또다시 수백억대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은행권의 내부통제로 걸러내지 못한 유사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 직원의 총 562억원에 달하는 횡령 혐의를 확인한 것을 계기로 전체 은행권에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한 긴급점검을 주문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남은행의 해당 직원은 약 15년 간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했는데 다른 은행에서도 이처럼 동일한 직무를 장기간 수행하거나 자리를 옮겨도 업무 연관성이 큰 다른 직무를 계속 맡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의 자체 점검 결과를 보고 다른 은행에 대해서도 필요시 감독·검사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은 현재 경남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 중으로 다른 은행의 긴급 점검 결과에 따라 현장검사 대상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횡령 사건은 경남은행이 투자금융부서 직원 A씨의 다른 범죄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지난 6월21일 금융당국에 보고하자 금감원이 즉시 자체감사를 실시토록 지도함에 따라 밝혀졌다.
경남은행은 금감원의 지도에 따라 A씨에 대한 자체감사를 벌여 77억9000만원의 PF대출 상환자금 횡령 혐의를 확인하고 지난달 20일 금감원에 관련 혐의를 보고했다. 다음날 긴급 현장점검에 착수한 금감원은 A씨의 횡령·유용사고 혐의 484억원을 추가로 확인하면서 총 사고규모는 562억원으로 늘었다.
A씨가 이처럼 거액의 돈을 가로챌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무려 15년 간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A씨는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이미 부실화된 169억원 규모 PF 대출 1건에서 수시 상환된 대출원리금을 자신의 가족 등 제3자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77억9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2월 A씨는 횡령한 돈 가운데 29억1000만원을 상환처리했는데 이는 자신의 횡령을 은폐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하고 있다.
또 A씨는 PF 시행사의 자금인출 요청서 등을 위조해 경남은행이 취급한 700억원 한도약정의 PF대출 1건을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2021년 7월과 지난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326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5월에는 경남은행이 취급한 PF대출 상환자금 158억원을 상환처리하지 않고 자신이 담당하던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금감원은 A씨가 관리했던 다른 PF사업장의 대출자금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횡령·유용 혐의 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A씨가 관리했던 대출 뿐만 아니라 경남은행의 전체 PF 대출 자금관리도 들여다보는 중이다.
금감원은 A씨가 장기간 동일한 직무를 맡으며 수백억원을 횡령했는 데도 이를 뒤늦게 인지했다는 것은 경남은행이 내부통제에 실패했다는 방증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PF 자금관리와 별개로 경남은행의 내부통제 실태도 함께 점검하는 중이다.
실제 A씨는 15년 간 동일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족 명의 계좌로 자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서류를 위조하는 등 전형적인 횡령 수법을 동원했다.
지난해 발생한 우리은행 횡령사건과도 닮았다. 당시 우리은행 직원이었던 B씨는 10년 이상 기업개선부에서 동일 업체를 담당했다.
B씨는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A사 출자전환주식과 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등을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8회에 걸쳐 빼내 약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B씨는 부서장과 은행장 명의 직인을 사용해 허위 공문을 만들었으며 횡령액 중 일부를 동생 등 가족들에게 이체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특정 부서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인사 원칙 배제나 고위험업무에 대한 직무 미분리,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 점검 미흡 등 경남은행의 기본적인 내부통제가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 횡령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순환근무제 강화, 위험직무자나 장기근무자에 대한 강제명령휴가 의무화, 거액 자금·실물거래 및 관리가 수반되는 업무에 대한 직무분리 등을 골자로 하는 은행권 내부통제 혁신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경남은행은 이번 횡령사건에서 이같은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향후 금융당국의 고강도 제재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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