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과 다르다… KB증권" 美 신용등급 강등, 큰 혼란 없을 것"

서진욱 기자 2023. 8. 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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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피치.


KB증권이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관련해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신용등급 강등 때와 달리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가져오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2011년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학습효과가 작용하고 글로벌 거시경제 불안 요인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이 통화정책을 단행할 여력이 존재하고 재정정책이 확장 기조를 이어가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KB증권 리서치본부 자산배분전략부는 2일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금융시장 영향' 리포트에서 "학습효과, 경기 자신감, 통화정책 여력, 재정정책 기조 차이 등이 2011년의 혼란을 피하게 해줄 전망"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이날 미국의 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2011년 8월 S&P가 미국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춘 지 12년 만에 이뤄진 신용등급 강등이다. 2011년 강등 당시에는 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하루 만에 약 6% 급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가져왔다.

美 국채 담보력 낮아질 위험 적어… 불안요인 많았던 2011년과 달라
/사진제공=KB증권.

KB증권은 "(2011년) 이후에도 미국 국채는 무위험 자산,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공고히 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하루 만에 24bp(0.24%p) 급락한 이후 하락 추세가 연장됐고, 달러인덱스도 소폭 하락 후 강한 상승세가 나타났다"며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한 거래가 청산될 수 있지만 미국 국채의 담보력이 낮아질 위험은 적다"고 했다.

2011년 강등은 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MENA(중동 및 북아프리카) 사태, 동일본 대지진, 유렵 재정위기 등 불안 요인들과 연계돼 투자심리 위축을 초래했지만, 현재는 G20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경기선행지수가 7개월 연속 반등하는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KB증권은 "적어도 지금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일단 낮췄다는 성취감과 경착률을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리인상으로 통화완화 정책을 적지 않게 회수한 상황이라 여차하면 통화완화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며 "최근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안은 고강도 긴축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투자를 촉진하려는 별개 법안들이 재정확장 기조를 지지한다"고 했다.

韓증시 영향 제한적, 중장기적 달러 약세 요인
신용등급 강등이 한국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KB증권은 "신용등급 강등은 수급으로나 업종 구성 측면에서 변동성이 큰 한국 증시에 부정적 이슈"라면서도 "2011년에 비하면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경기가 후퇴하던 2011년과 달리 2023년은 경기사이클이 반등 국면에 있어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상승을 지속할 것이란 점이 결정적 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반기에 원자재 가격의 완만한 상승을 전망하고 있는데, 신용등급 강등이나 중국 부양책 측면에서 원자재 가격과 관련 있는 주식들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며 "수급이 쏠린 주식 대신 반도체나 정책 관련주(태양광·로봇)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기간별로 구분해서 설명했다. KB증권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요인이나 연쇄 작용으로 인한 추가 이슈가 발생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달러는 약세일 것"이라며 "강등 충격은 직접적 충격보단 다른 자산 경로를 한 단계 거쳐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달러 외 통화는 발표 직후 달러 약세에 연동해 일시적 강세를 보였으나 아시아장에서 유로, 엔화 모두 강세 폭을 대부분 되돌린 상황"이라며 "주요 통화들이 대부분 직전 흐름을 회복했다"고 했다.

미국 증시와 관련해선 과열 구간에 있는 성장주 중심으로 얕은 조정을 예상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성장주 비중을 유지하면서 경기민감주 비중을 늘리되 경기방어주 비중을 줄이는 기존 전략도 유지한다. KB증권은 "8월 말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중립금리가 높아져서 고강도의 통화긴축을 장기간 지속해야 한다는 논리가 강화될 것"이라며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것과는 달리 기저효과가 사라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반등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 미국 성장주에 부담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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