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노총 탈퇴금지' 첫 사법조치…전공노 위원장 입건
시정명령 거부 전공노 위원장 입건
‘민노총 탈퇴공약’ 입후보 금지
탈퇴 추진시 권한정지 등 징계
금속·사무금융·화섬노조도 불이행
정부 “불법·부당 노조 관행 개선”
정부가 산하 노동조합의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규약을 유지하고 있는 산별노조에 대해 처음으로 사법조치에 들어갔다. 자유로운 노조 가입과 탈퇴를 가로막는 독소조항을 철폐하라는 시정 요구를 노조 측이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2일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은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위원장을 시정명령 불이행에 따른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최근 입건했다.
고용부는 특별사법경찰권을 행사해 수사 후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수 있다.
"집단탈퇴 금지, 노조 민주성 훼손"
앞서 고용부는 지난 2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 전공노, 화섬식품노조 등 산하 노조의 집단탈퇴 금지를 규약에 명시한 산별노조를 대상으로 철폐를 요구하는 시정명령을 추진했다.
요즘 노동현장에서는 민노총 등 상급단체를 탈퇴하려는 노조들이 줄을 잇고 있다. 민노총이 ‘윤석열 정권 퇴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등 정치투쟁에 골몰하는 데 염증을 느낀 20·30대 MZ세대 조합원을 중심으로 탈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금속노조 탈퇴를 결의한 포스코지회에 이어 지난 5월엔 롯데케미칼 대산지회가 화섬노조 탈퇴를 결정했다.
전공노는 2021년 9월 중앙위원회를 열어 입후보자 자격 상실 요건을 나열한 선거관리규정 제22조에 ‘조합 및 민주노총 탈퇴 공약을 하는 경우’를 신설했다. 노동계에서는 해당 조항 신설이 같은 해 8월 강원 원주시청 공무원노조(원공노)가 민주노총 및 전공노 탈퇴를 의결한 직후 추진된 것으로 본다. 원공노와 같은 집단탈퇴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이런 독소조항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4월 고용부가 요청한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서울지노위는 결정문에서 “전공노 선거관리규정은 단결선택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조합원의 임원 자격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노조법 제11조에 따른 노조의 기본적 운영원리인 민주성 원칙에 반하므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산별노조의 특수성’과 ‘노조의 자주성’을 내세운 전공노 주장에 대해선 “노조가 ‘자주적 운영’이라는 이름으로 조합민주주의의 취지와 정신을 훼손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서울지노위는 지난달 28일에는 전공노 상벌규정에 대해 고용부가 요청한 시정명령도 의결했다. 전공노 상벌규정 제10조의2는 ‘조합 탈퇴를 선동하거나 주도하는 자’에 대해선 징계 절차 중에라도 위원장이 직권으로 권한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부는 해당 규정에 대해 “상급단체 탈퇴를 추진하는 지회·지부장의 권한을 정지시킴으로써 총회 의결을 방해해 조합 탈퇴를 실질적으로 제한한다”며 “헌법상 단결권 및 노조법상 노조 설립의 자유 등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전공노는 2021년 원공노가 민노총 탈퇴를 추진하자 비대위원장과 사무국장 권한을 정지하고 제명 처리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이후 전공노는 탈퇴 결의가 권한 없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무효확인·가처분 등 각종 소송을 제기하며 원공노를 압박하기도 했다.
문성호 원공노 사무국장은 “이번 시정명령 의결로 원공노와 같은 피해 사례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며 “노조의 주인은 조합원이고 조합원의 단결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 노조법의 취지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尹 '노사법치주의'에 첫 사법처리 착수
전공노는 지난 4월 서울지노위의 선거관리규정에 대한 시정명령 의결 이후 시정 기한(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해당 조항을 철폐하지 않고 있다. 전공노 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지노위에서 시정명령이 의결된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 화섬노조 등도 시정 기한이 지났지만 아직 규약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자 정부는 이들 노조를 상대로 사법처리 절차에 나서며 칼을 빼들었다. 정부가 산하 노조의 조직형태 변경(집단탈퇴)을 금지하고 있는 상급단체 규약 철폐를 요구하며 사법조치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 화섬노조에 대해서는 검찰에 내사 지휘를 건의하는 등 입건 준비절차에 나섰다.
노조 측은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노조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호일 전공노 위원장은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들이 공동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그동안 아무 문제 없던 공무원노조 규약과 규정에 대해 시정명령이 내려왔다”며 “몇 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해왔던 것이 왜 이 정권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노사법치주의’에 따라 불법·부당한 관행에 대한 개선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로운 가입·탈퇴를 가로막는 노조 관행은 노조 부패와 다름없다”며 개혁 의지를 수차례 피력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모든 국민들이 법을 지키는데 노조라고 법에 예외를 달라는 건 말이 안된다”며 “노조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할 의무를 다하도록 정상화를 시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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