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시즌2, 발버둥치고 몸부림치는 모습 담으려 노력"

황재하 2023. 8. 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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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감독 "사소한 일이라도 해내는 이야기, 드라마 존재 이유"
드라마 'D.P.' 시즌2 한준희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어떻게 해야 이야기가 한발짝이라도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무력하게 끝났던 시즌1과 달리 발버둥치고 몸부림치는 인물들을 보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군필자에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불러올 정도로 군의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호평을 받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가 시즌2로 돌아왔다.

한준희 감독은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제일 어려웠던 건 '시즌2를 왜, 어떻게 해야 할지'였다"고 털어놨다.

'D.P.'는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 소속인 안준호(정해인 분)가 탈영병을 쫓는 이야기다.

시즌2는 이전 시즌에서 벌어진 조석봉(조현철) 일병의 탈영 사건에서 약간의 시간을 두고 이야기가 그대로 이어진다. 시즌1에서 해결하지 못한 질문, 조직 내의 부조리를 목격한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할지 쉽지 않은 답을 찾아 나선다.

석봉을 체포한 준호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군의 부조리를 지켜보면서 선임이었던 석봉을 떠올리고 자신도 부조리를 방관했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군 수뇌부는 사건의 모든 책임을 석봉에게 돌리고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석봉과 사회에서 절친했던 김루리(문상훈) 일병이 자신을 괴롭히던 부대원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탈영한다. 루리가 체포되자 수뇌부는 이 사건 역시 루리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가고 군의 관리 책임을 회피한다.

내내 수동적이었던 준호는 루리 사건에 감춰진 진실을 알게 되고 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움직인다.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라는 석봉의 말처럼.

한 감독은 "시즌1에서 너무나 큰 사건이 벌어졌는데, 그 사건을 지나쳐버리고 다시 다른 에피소드를 나열하기에는 사건의 잔상이 너무 클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라는 말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며 "인물들이 사소한 일이라도 해내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드라마를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D.P.' 시즌2 한준희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 감독은 'D.P.'를 연출하면서 특히 병사들 가운데 누구 한 명도 일관된 가해자나 피해자로 묘사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시즌1에서 끔찍한 가혹행위를 일삼다가 전역한 황장수(신승호)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사장에게 꾸지람을 듣거나 또래 학생들과 어울려 밝은 표정을 짓는 평범한 모습도 보인다.

한 감독은 이에 관해 "김루리도 황장수도 무조건 악하거나 불쌍하게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며 "징병으로 군대에 온 인물들이 누구도 굉장히 나쁘거나 좋은 사람이라고 그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시즌1에서 부당한 행동을 일삼다가 준호에게 구타당한 박성우(고경표)가 시즌2에 재등장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한 감독은 "준호는 시즌1에서 성우를 구타하는데, 폭행의 가해자이면서도 사과하지 않고 넘어갔다"며 "준호가 성우에게 사과해야만 준호라는 인물이 군대라는 시스템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정당화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한 감독은 다만 국군본부 구자운(지진희) 법무실장이나 오민우(정석용) 준위를 드라마에서 악인으로 묘사한 것에 대해선 "자운은 시스템을 의인화한 존재로 생각했고, 민우는 군대의 부당한 모습과 폭력성을 응축한 존재로 묘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D.P.' 시즌2 한준희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P'는 시즌2에서 서사가 일단락됐지만, 시즌3이 제작될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감독은 "(시즌3을 제작할) 상황과 여지가 주어지면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D.P'에서 인상적인 대사나 장면이 무엇인지 묻자 한 감독은 고민 끝에 "한호열(구교환)의 '또 봐'라는 대사가 좋다"고 답했다.

그는 "인물들이 조금은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호열의 '또 봐'라는 말에서 이 인물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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