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학대와 방임이 뇌 신경회로를 잡아먹는다...성인 우울증·조현병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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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는 성인과 비슷한 1000억개 정도의 뇌 뉴런을 갖고 태어난다.
아기들은 성장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냅스를 천문학적으로 만들어 내고, 성인이 되면 불필요한 시냅스를 제거해 뇌의 신경회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별아교세포의 포식 작용(잡아먹어 없애는 작용)을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해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를 없애 뇌신경 회로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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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연구진, 아동학대 겪은 성인 우울증⋅조현병 겪는 원인 밝혀
아동기 별아교세포가 흥분 시냅스 제거하며 신경회로 문제 일으켜
신생아는 성인과 비슷한 1000억개 정도의 뇌 뉴런을 갖고 태어난다. 아기의 뇌가 어른과 다른 점은 뉴런 사이의 연결 정도다. 이를 ‘시냅스’라고 부른다. 아기들은 성장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냅스를 천문학적으로 만들어 내고, 성인이 되면 불필요한 시냅스를 제거해 뇌의 신경회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도 뇌의 시냅스 청소 기능 덕분이다. 그런데 시냅스가 충분히 형성되기 전인 유년기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 시냅스가 활발하게 형성되는 와중에 뇌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게 되면 뇌신경 회로는 엉망으로 형성된다. 어린 시절 학대와 방임을 당한 성인이 우울증이나 사회성 결핍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을 겪게 되는 이유다.
KAIST 생명과학과 정원석 교수 연구팀은 유년기 아동 학대와 방임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신경교세포의 일종인 별아교세포가 특정 시냅스를 먹어 치우면서 성인이 됐을 때 정신질환을 겪는다는 사실을 규명해 면역 관련 최고 국제 학술지인 ‘이뮤니티(Immunity)’에 발표했다고 1일 밝혔다.
아동학대를 받은 성인들이 정신질환을 겪는다는 사실은 흔히 알려져 있었지만 원인이나 억제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별아교세포의 포식 작용(잡아먹어 없애는 작용)을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해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를 없애 뇌신경 회로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
별아교세포는 뇌신경 세포 사이를 메우는 세포의 한 종류다. 별(star) 모양으로 뻗어 나온 돌기 때문에 ‘별 아교세포’라고 이름 붙여졌는데, 이 돌기로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필요 없는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정리한다. 그 때문에 ‘뇌 청소 세포’라고도 불린다.
별아교세포에서 시냅스를 청소하는 건 표면에 있는 머트크(Mertk)단백질 수용체다. 이 수용체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시냅스를 세포 쪽으로 끌어당겨 분해하게 된다. 연구팀은 스트레스호르몬이 머트크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흥분성 시냅스를 골라잡아 먹도록 하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뇌 속 시냅스가 형성되는 어린 시절에 발생한다. 시냅스가 충분히 만들어져 뇌 신경회로가 정립되기 전에 별아교세포가 흥분 시냅스를 먹어 치워버리면 뇌 회로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그러니 이것이 성인기에 사회성 결핍과 우울증 같은 행동 이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발견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인간 만능 유도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했다. 실험 결과 인간 뇌 오가노이드에서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별아교세포의 포식작용을 활성화하고, 별아교세포가 흥분성 시냅스를 과도하게 제거하는 것을 확인했다.
앞서 KAIST 정원석·이준혁 연구팀과 한국뇌연구원 박형주·김지영 연구팀은 지난 2021년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뇌가 새로운 사실을 학습하고 기억력을 유지한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증명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정원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과도한 별아교세포의 포식 작용이 정신질환 발병에 있어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최초로 증명했다”며 “추후 다양한 뇌 질환의 이해와 치료에 있어서 별아교세포의 면역기능 조절이 근본적인 타깃으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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