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이병헌 선배 때문에 일기장엔 온통 '난 왜 모자라'"(종합) [N인터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이 직업을 택하고 많은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 욕심이 자꾸 생기는데, 한쪽으로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배우 박보영(33)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내놓으며, 그간 배우로서 했던 고민과 어려움들에 대해 털어놓았다.
박보영은 2일 오전 서울 삼청동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관련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회사를 한 번 옮기고 나서, 회사 대표님이 많은 시나리오를 주시고 이런 장르는 어떻게 보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 좋아해서 안 하는지에 대한 궁금한 점이 많아서 많은 시나리오를 주셨었다"면서 그렇게 본 것 중 하나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시나리오였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를 읽고 마지막에 덮으면서 '이거 너무 하고 싶은데 이미 캐스팅이 다 끝난 건가요'라고, 제가 참여할 수 있는지를 여쭤봤어요. 대표님이 '이런 장르도 좋아하는구나' 하셨고 '너무 좋아해요. 그런데 저한테는 잘 안 주시더라고요.' 했었죠. 저는 이런 작품을 좋아하고 이런 캐릭터도 해보고 싶은 욕심이 늘 있었어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보영은 극중 황궁아파트 602호 민성(박서준 분)의 아내이자 신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명화를 연기했다.
명화는 생존이 위협받는 극한 상황 속에 살기 위해 이기적인 길을 택하려고 하는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인물이다. 상황에 순응하는 남편 민성과 생각이 다른 명화는 곧은 신념을 드러내 일부 관객들로부터는 '민폐 캐릭터'라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명화같은 캐릭터도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명화가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을 너무 응원했어요. 명화 같은 사람이 존재할 거고, 존재할 거라서 이 친구가 하는 선택을 누구보다 응원하고 싶었어요. 제가 본 어떤 리뷰 중에 그렇게 써주신 게 있었어요. 명화가 이 영화의 유일한 숨 쉴 구멍이라는 표현이요. 그 문장이 제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간 '로코퀸'의 이미지가 강했던 박보영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명화를 연기하면서 자꾸만 '인간 박보영'이 튀어나오려 해 힘듦을 느꼈다고 말했다.
"제가 목소리 톤 자체도 원래도 높은 편이고 약간 콧소리도 있어요. 그래서 민성이랑 극중 뒷부분에서 '오빠도 빨리 들어와' 하고 잡아끄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저도 모르게 콧소리가 나오더라고요. '빨리 와' 하는데 제 원래 톤으로 '빨리 왕'이 됐어요. 모니터를 하고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이건 명화가 아니고 난데, 했어요. 그래서 후시 녹음 할 때 다시 한 번 보고 톤을 잡았어요."
이번 영화에서는 '연기신' 대선배 이병헌, 또래 청춘 스타 박서준과 호흡을 맞췄다. 박서준과는 처음 호흡을 맞추는 것임에도 불구, 웨딩 사진을 찍는 첫 촬영 때부터 내적 친밀감을 느꼈다. 하지만 선배 이병헌은 달랐다. 영화 속 영탁으로 분장을 한 이병헌의 모습만 봐도 두려움으로 압도될 지경이었다. 엄태화 감독이 두 사람의 독대 신을 앞두고 선배 이병헌을 (하찮은 동물)'갈치'라 생각하고 보라는 얘기까지 할 정도였다.
"선배님을 보면서 감탄하는 순간이 너무 많았어요. 나중에는 고민을 엄청 많이 했어요. 선배님 덕분에 일기장이 온통 '나는 왜 이렇게 모자란 인간인가' '배우란 저런 사람이 배우지' '어떻게 하면 저렇게 안구를 갈아끼울 수 있나? 나는 예열이 필요한 사람인데 선배님은 예열도 필요 없어보이는데 어떻게 저렇게 하실까?' 하는 생각들로 가득했고, 그래서 중간에 슬럼프도 왔어요. 저는 (이병헌 선배와 달리)명화를 찾아가는 게 매일 잘 되는 게 아니고 어느 날은 (벽에)부딪히기도 하고 하거든요. 이 표정 말고 다른 표정은 없을까? 2%가 부족한데 뭘까? 하면서 찾는 과정이 있어요. 늘 정답인 것 같은 사람의 바로 옆에서 작업하다 보니 제가 너무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아 슬럼프가 왔어요."
하지만 이내 박보영은 "난 이병헌이 아니야, 라고 생각했다"며 그런 생각 덕분에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빈틈없이 일하는 모습, 스태프들과 감독들을 배려하는 선배의 모습을 언제나 배우고 싶다고. 어려웠던 선배 이병헌과는 영화 홍보를 하면서 조금씩 편한 관계가 돼가고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도전한 것은 만족감을 느낄만큼 좋은 선택이었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하나를 깬 느낌"이 든다고.
"SF 장르도 안 해보고 안 해본 장르들이 많아요. 어른 멜로, 사랑 이런 것도 안 해봤고요. 이제 나이도 서른 중반이 넘어가는 중이니까 지날 수록 할 수 있는 게 조금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조금 천천히 가다보면 다양한 장르를 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한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는 9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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