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벨 감독 "독일전, 역량 전부 보여주겠다…절대 포기하지 않아"(종합)
"34년 감독 생활 중 '지겠다' 생각하고 경기에 임한 적 없다"
(브리즈번=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독일을 상대로 '5골 차 승리'를 거둬야 하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콜린 벨 감독은 산술적 확률이 낮다고 시인하면서도 '포기란 없다'며 투지를 보였다.
벨 감독은 2일 호주 퀸즐랜드주의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간 발휘하지 못한 우리 역량을 내일 모두 보여주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한국과 독일은 한국시간으로 3일 오후 7시 이 경기장에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을 치른다.
"독일을 잘 안다"는 벨 감독은 "우리가 앞선 2경기를 다 이겼더라도 (독일전은) 어려운 경기였을 것"이라며 "4년간 우리가 보인 최고의 기량을 내일 다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모로코에 내리 진 한국은 몹시 어려운 과제를 받았다. 독일전 5골 차 승리가 없다면 즉시 탈락한다.
가뜩이나 쉽지 않은 목표지만, 상대가 FIFA 랭킹 2위 독일인 터라 첩첩산중이다. 게다가 독일도 전력을 다해야 할 처지라 난관이 예상된다.
여기에 모로코가 콜롬비아에 패하는 상황까지 겹쳐야 우리가 조 2위로 16강에 들 수 있다.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말아 취재진에 보여준 벨 감독은 "5골이 필요하다. 5-0 승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확률은 이 정도밖에 없다"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내일 끝까지 싸운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는 당연히 이길 것이라 생각하고 경기장에 올 것이다. 그러나 나 역시 마찬가지"라며 "34년간 감독 생활을 했고, 그전에는 선수로 뛰었는데 한 번도 질 것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한 적 없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무득점'이 이어진다는 지적에 "내일 최소한 한두 번의 기회는 잡을 것"이라며 반전을 예고했다.
독일계 영국인인 벨 감독은 198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독일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15년에는 프랑크푸르트를 이끌고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차지한 터라 현지에 잘 알려져 있다.
적장인 마르티나 포스테클렌부르크 감독도 먼저 기자회견장을 찾아 "한국이 우리를 놀라게 할 수도 있다. 벨 감독은 정말 멋진 감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를 전해 들은 벨 감독은 "글쎄, 어떻게 놀라게 할지는 두고 봐야겠다"고 웃었다.
그러더니 다시 한번 선수들의 역량을 치켜세웠다.
벨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잠재력이 정말 엄청나다. 모두 한국 대표팀으로 뛰는 걸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국제 무대가 주는 긴장감, 압박감을 이겨내야 한다. 지난 2경기에서는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잘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특히 실수가 굉장히 많았다"면서도 "지난날의 과오와 실수를 잊고 남은 경기에서 기량을 최대한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벨호가 처한 상황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신태용호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신태용 감독이 이끈 남자 대표팀은 2패를 떠안은 상황에서 강팀 독일과 러시아 카잔에서 조별리그 3차전을 치렀다.
신태용호는 결국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독일을 2-0으로 완파하는 '카잔의 기적'을 이뤄냈다.
'브리즈번의 기적'을 기대하냐는 질의에 벨 감독은 단언은 피했지만 자신감은 드러냈다.
벨 감독은 "일단 기적이라는 건 너무 큰 단어다. 축구에서 기적을 언급하기보다는 좋은 성과를 내는 게 먼저"라며 "탄탄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내일 그렇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C조 최종전에서 유럽의 강호 스페인을 4-0으로 격파한 일본에 대해서는 "(일본이) 잠비아와 첫 경기를 5-0으로 이겼고 경기력도 좋았다. 시작이 좋으면 흐름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는 시작인 콜롬비아전에 삐끗했던 부분이 있다"며 "우리도 잠비아와 첫 경기를 했다면 잘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벨호는 지난 4월 잠비아와 국내에서 2차례 평가전을 치러 5-2, 5-0 승리를 거뒀다.
벨 감독은 "구조를 비교하자면 일본 대표팀은 비전을 가지고 있다. 다른 점도 있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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