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에 진심인 헬스 트레이너’ 이지영, “놀라는 회원들도 있어요”
유도, 보디빌딩, 레슬링 3개 종목 생활스포츠지도자 자격증 보유
이지영(30·파이널 멀티짐)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도복을 입었다. 유도 선수로 10년간 생활하며 국가대표 후보 선수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마냥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그는 “사실 유도가 좋아서 했던 건 아니었다”며 “특히 고등학생 땐 마음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잘하고자 하는 의욕과 현실의 충돌이었다. 이지영은 “유도를 잘하고 싶었는데 내가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과 할 수 있는 스타일이 너무 달랐다”며 “자괴감도 들고 부정하기엔 지금까지 운동을 해온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라고 회상했다.
결국 이지영은 대학교 4학년 때 유도 도복을 벗었다. 하지만 본능이 운동과는 떼려야 뗄 수 없었다. 그는 “유도를 그만두고 한 2년간은 운동의 ‘운’자도 꺼내지 않을 정도였다”면서 “시간이 지나니까 다시 하고 싶어졌다”라고 말했다.
운동을 하고 싶어 다시 체육관을 찾았고 삼보 국가대표 감독을 하던 관장의 권유를 받았다. 이지영은 “삼보를 처음 접하게 됐을 땐 돌파구를 찾은 기분이었다”라며 “유도에서는 제약됐던 기술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자연스레 유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을 다른 기술로 극복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삼보의 매력에 빠진 이지영의 열정이 다시 불타올랐다. 그는 2017년 삼보 선수로 국제 대회에 출전했다. 한 방송사에서 취재까지 왔으나 허무하게 조기 탈락했다. “당시 기자 분께서 취재를 위해 멀리서 오셨는데 내가 탈락했을 때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한 이지영은 “유도했던 게 삼보에서 잡기 싸움에는 도움이 됐지만 유도에선 허용되지 않는 하체 기술에 대한 반응이 둔감했다”라고 말했다.
패인 분석을 마친 이지영은 약점 보완을 위해 레슬링을 배우기 시작해 생활 스포츠지도자 자격증까지 땄다. 그는 “레슬링도 할 줄 알아야 방어가 되니까 배우기 시작해서 가끔 대회도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 삼보 선수단이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종주국이라 불리는 러시아로 향했다. 이지영은 “개인적으로 알아볼 정도로 가보고 싶었다”라며 “막연히 생각만 하다가 기회가 됐다. 직장을 그만둘 각오까지 하며 참가를 결정했다”고 강했던 의지를 전했다.
이지영은 “국제 대회를 몇 번 나가봤는데 항상 뭔가 손에 잡힐 듯 말 듯 한 감각이 있다”며 “내가 승기를 잡고 있는 자세인데 어느 순간 지고 있을 때도 있다”라고 어려움을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비슷한 체급, 실력을 갖춘 사람과 삼보 훈련을 하는 게 쉽지 않다”며 “러시아는 삼보 최강국이기에 이때가 아니면 정말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라고 참가 배경을 설명했다.
이지영의 본업은 트레이너. 멤버십 피트니스 센터에서 연로하신 분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이번 전지훈련을 위해 연차를 사용했으나 회원들에겐 따로 설명이 필요했다. 그는 “회원님들께 ‘운동하는 게 있어서 훈련과 시합을 위해 2주 동안 자리를 비운다’고 말씀드리면 어떤 운동을 하는지 물어보신다”며 “그래서 답해드리면 놀라시고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직장 동료들은 삼보하는 걸 알고 있으니 그냥 ‘몸 조심히 잘 다녀오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훗날 삼보 체육관을 운영하는 게 꿈인 이지영은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러시아의 훈련 시스템을 가장 먼저 확인해 보고 싶다”며 “한국처럼 유도를 겸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삼보만을 위한 훈련이기에 다른 느낌일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많은 선수와의 교류를 통해 많이 넘기고 넘어가면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허윤수 (yunspor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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