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발주 공사, "원희룡 장관의 정치적 희생양 된건 아닌지...'

홍성완 기자 2023. 8. 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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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 문제 현장 중 시공 과정 문제는 삼환, 이수, 남영, 양우, 에이스건설 등 단 5곳
10곳은 설계상 오류 문제, LH 측 "책임은 인정, 다만 발표 시기 정치적 이유 아냐"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사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발표 여파로 일부 건설사들이 억울한 상황에 놓였다. 원 장관이 전체 명단 발표를 강행하면서 설계상 문제로 인해 시공사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는 건설사들까지 도매금으로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설계상 오류를 시공사에 몰고 가는 건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LH 측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삼환, 이수, 남영, 양우, 에이스 등 5개 건설사들의 경우 LH와 함께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LH서울지역본부에서 'LH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교통부

◆ 시공 과정 문제는 단 5곳, 도매금 취급에 억울한 건설사들

지난달 31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실시한 긴급안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원 장관은 문제가 발견된 15개 지역과 시공, 감리, 설계 등 관련 업체들을 모두 공개했다.

그러나 아직 전수조사 중인 곳을 포함해 제대로 된 원인과 책임소재 등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발표를 강행하면서 설계오류로 인해 발생한 현장의 시공업체들까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와 LH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발주처와 설계회사의 책임이 명백한 구조계산 미흡 및 미반영, 도면표현 미흡 등의 원인으로 문제가 발생한 지역은 10곳이다.

구체적으로 파주운정 A34(입주완료), 충남도청이전신도시RH11(입주중), 수서역세권 A3BL(입주중), 수원당수 A3(입주중), 오산세교2 A6(입주예정), 양주회천 A15(입주전), 광주선운2 A2(입주전), 양산사송 A-8BL(입주전), 파주운정3 A23(입주전), 인천가정2 A-18L(입주전) 등이다.

이들 지역의 시공업체는 대보건설(2곳), DL건설, 양우종합건설, 한라, 동문건설, 한신공영, 효성중공업, 대우산업개발, 태평양개발 등 9곳이다.

철근 배근도에 따라 시공하지 않거나 도면 검토 미흡 등의 문제로 시공사 책임이 큰 현장명은 남양주별내 A25(입주완료), 음성 금석 A2(입주완료), 공주월송 A4(입주완료), 아산탕정 2-A14(입주완료), 양산사송 A-2(입주전) 등 5곳이다. 

이들 지역 시공사는 삼환기업, 이수건설, 남영건설, 양우종합건설, 에이스건설 등이다. 양우종합건설의 경우 수서역세권과는 다르게 아산탕정 지역 시공에 대한 책임이 큰 것으로 추측된다. 양산사송의 경우 에이스건설이 시공했으나 LH가 감리사 없이 직접감독한 곳으로, 양 쪽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파악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1차적인 책임은 발주처인 LH와 설계사, 그리고 감리의 책임이 크다"며 "다만, 발주처와 감리의 책임만으로 몰고 가기엔 시공사들도 설계도서 검토를 하는 기간이 있기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보통 착공 전 60일 이내에 설계도서를 검토하고 제출하라고 하는데, 이 때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며 "다만, 1차 종합시공사의 문제보다도 전문 시공사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설계 검토를 하는데 있어 시공사가 볼 수 있는 건 한정적"이라며 "착공 전 60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많아야 30일 정도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많은 설계서를 구조 기술적 문제까지 일일이 다 따져가면서 볼 수 있는 시간으로는 충분치 않다"면서 "대체적으로 설계도를 검토할 때 자재 물량이 맞는지, 누락된 설계도가 없는지 등은 당연히 검토한다. 그런데 구조물에 대해 하중을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하고 그에 따른 철근 수량 등을 일일이 검토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시공을 하면서 설계상 있어야 할 철근이 빠졌다면 당연히 시공사 책임"이라며 "하지만 이 부분도 감리가 검측을 한 후 타설을 진행하기 때문에 발주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LH 측에서도 일부 건설사들의 책임이 크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했다.

LH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들의 경우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직 책임소재가 명확하게 확인된 부분이 없는 상황에서 (설계상 오류로 발생한 곳까지) 모든 시공사들을 묶어서 잘못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LH가 발표를 했지만 세부적으로 정확하게 책임소재가 언급된 사항은 아직 없다"며 "추측성 보도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충분히 해명하거나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설계상 오류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발주처 잘못이 맞다"며 "우리가 별도로 발주를 해서 설계업체에 용역을 맡겼고, 이를 확인하고 승인하는 데 있어서는 우리의 책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발표 서두른 원희룡 장관, 정치적 희생양 된 건설사들

일각에서는 원 장관이 양평고속도로 논란으로 궁지에 몰리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급하게 발표를 강행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로 인해 악화된 건설사에 대한 부정 여론을 부채질 해 자신에게 불리한 이슈를 분산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LH 자료를 보면 공주월송과 아산탕정은 전수조사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표기돼 있다. 이를 토대로 유추한다면 아직 조사가 완전히 끝난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발표가 강행된 것이다. 아울러 LH 관계자의 '세부적으로 책임소재가 언급된 부분이 없다'는 답변은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후문에 의하면 LH 측도 원 장관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건설사 명단 발표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정상 이달 말쯤 조사를 마치고 내용을 추린 뒤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원 장관이 이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는 의미다.

LH 관계자는 "예정보다 발표가 빨리 나온 건 맞다"며 "다만,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안전진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입주민들에게 안내를 한 내용이 제보를 통해 언론에 먼저 알려지자 어쩔 수 없이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한편에서는 원 장관의 의도가 어찌됐든 이번 일로 건설업계가 각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 장관과 국토부의 이번 발표는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건설사들은 이번 일로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당장의 이윤을 좇다가 추후 더 크게 발생할 물질적인 손실과 회사 및 브랜드 이미지의 하락으로 발생하는 무형적인 손실이 회사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특히 현장소장들이 시대적 상황에 맞춰 후진적인 사고방식을 전환하고, 건설사들은 기술력과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함으로써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이윤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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