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약품 우체통에 넣을 수도 있네요~
10대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는 공부하다 틈만 나면 연습장에 손글씨로 글을 썼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시집에서 읽은 좋은 시구를 필사하기도 했다. 그러다 소녀는 엽서나 편지지에 좋은 글을 옮겨 적었다. 소녀는 정성 들여 쓴 엽서나 편지를 들고 우체통으로 달려갔다. 집이 있는 주택가 골목길을 벗어나 도로로 나오면 빨간 우체통이 있었다. 이 소녀는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아니다. 중년에 이른 내 소녀 시절의 모습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과거 손으로 정성스레 쓴 엽서나 편지를 우체통에 넣어 부치던 게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 것 같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등이 있어서 과거처럼 손으로 엽서나 편지를 쓰는 일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빨간 우체통도 존재감을 상실했고 급기야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 우체통을 다른 용도로도 활용한다는 소식이다. 폐의약품 수거함으로써의 기능이다. 물론 약 봉투를 그대로 우체통에 넣으면 안 된다. 반드시 기존 우편물과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주민센터나 보건소에 가서 폐의약품 회수 봉투를 받을 수 있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봉투 겉면에 ‘폐의약품’이라고 표시하면 된다. 단 물약을 우체통에 넣으면 안 된다.
식품의 소비기한이 있듯 집에 가정 상비약으로 사둔 의약품도 사용기한이 있다. 소화제, 두통약, 해열제 등등 구급상자에 든 약들이 꽤 많다. 그런 약들도 사용기한이 있어서 날짜가 지나면 폐기 처분해야 한다. 작년 2월 말부터 3월 초에 남편을 시작으로 나, 아이까지 우리 가족이 순차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그때 약국에서 사 온 해열제, 인후통약, 감기몸살약 등이 여럿 남아 있다. 3, 4일간 약을 먹은 뒤 증상이 호전되어서 먹지 않았던 약들이 쌓여 있다. 그새 1년이 훌쩍 지나갔다.
이번에 약을 꺼내어 사용기한을 살펴봤다. 사용기한이 2022년 6월 14일로 표시된 약도 있었다. 약을 구입한 지 1년 이상 지났는데 이번에 인지하게 되었다. 약의 사용기한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는 부작용 때문이다. 사용기한이 지난 약은 변질돼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약은 제조되는 순간부터 유효성분이 서서히 감소하고 독성물질이 발생한다. 따라서 의약품은 유효성분이 일정 농도 이하로 감소하는 시기와 독성물질 발생 시기를 사용기한으로 설정한다.
병원이나 약국에 방문하여 조제 받은 약을 한눈에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조회일 기준으로 최근 1년 간의 의약품 투약 내역 및 개인별 의약품 알러지·부작용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내가 조제 받은 약의 경과 기간을 확인해 볼 수 있다.(https://www.hira.or.kr/rb/dur/form.do?pgmid=HIRAA050300000100&WT.gnb=%EC%A1%B0%ED%9A%8C%C2%B7%EC%8B%A0%EC%B2%AD#)
내가 추려낸 약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엔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폐의약품을 별도로 수거한다. 폐의약품은 토양 및 식수를 통해 인체에 재유입 되는 등 생태계의 환경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반드시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올바른 배출 방법을 몰라 쓰레기통이나 하수구 등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주민센터에 폐의약품 수거함이 있긴 하지만 주민센터가 가깝지 않다면 일부러 방문하기 쉽지 않다. 그럴 경우 근처 우체통을 이용할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5개월간 우정사업본부가 세종시에서 폐의약품 회수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적이 있다. 그게 성공적이었나 보다. 그래서 7월부터 서울시 전역에서도 폐의약품 회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세종시에 이어 서울시가 폐의약품 회수 서비스를 시행 중이니 추후 전국적으로 확산할 여지가 많아 보인다. 회수된 폐의약품은 우체국 우편 서비스를 통해 안전하게 자치구로 전달한다.
폐의약품으로 인한 약물 오·남용과 환경오염 예방을 위한 조치다. 이 회수 서비스는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전체가 참여한다. 폐의약품 분리배출에 대한 시민 인식을 제고시키게 되고, 기존 수거함 외 우체통을 활용한 배출이 가능해져 시민들의 편의성이 확대되고 있다.
배출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물약을 제외한 폐의약품은 주민센터, 보건소, 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배부하는 전용 회수봉투 또는 일반 우편봉투에 ‘폐의약품’이라고 적어 가까운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내 주변 우체통 위치는 전용 봉투에 인쇄된 QR을 통해 편리하게 찾을 수 있다. 물약을 포함한 폐의약품은 기존대로 주민센터, 보건소 등에 설치된 수거함을 통해 배출할 수 있다.
주민센터에서 받아 온 전용 회수봉투에 폐의약품을 넣고 입구를 봉했다. 그리고 집 인근에 봐둔 우체통에 넣었다. 폐의약품 회수 서비스가 지극히 사소한 일일 수도 있지만, 점점 잊혀질 뻔한 빨간 우체통의 활용도를 높이면서 국민의 편의에 이바지하고 있어서 이런 서비스는 환영할 만하다. 8월 9일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폐의약품 배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https://blog.naver.com/ok_hira/223151697724)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윤혜숙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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