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개발 상온 초전도체 ‘LK-99’… 美 연구소서 가능성 인정

최지원 기자 2023. 8. 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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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에너지연구소 및 한양대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LK-99'의 연구 결과를 지지하는 미국 연구진의 논문이 나오면서 해당 이슈가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소속 시네드 그리핀 연구원은 고성능 컴퓨터로 LK-99 구조에서 전자의 이동 경로 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결과를 지난달 31일 사전 논문 게재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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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퀀텀에너지연구소 및 한양대 연구진이 공개한 상온 초전도체 ‘LK-99’다. 초전도체의 특징으로 알려진 공중 부양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현탁 교수 제공

퀀텀에너지연구소 및 한양대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LK-99’의 연구 결과를 지지하는 미국 연구진의 논문이 나오면서 해당 이슈가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갈수록 관심이 더해지며 국내에서도 초전도 학계 연구진들이 ‘LK-99 검증위원회’를 구성한다고 2일 밝혔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소속 시네드 그리핀 연구원은 고성능 컴퓨터로 LK-99 구조에서 전자의 이동 경로 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결과를 지난달 31일 사전 논문 게재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한국 연구진이 구리, 납, 인회석으로 구성된 LK-99가 섭씨 127도에서도 초전도성을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를 아카이브에 공개한 뒤 처음으로 발표된 검증 결과다. 상온 초전도체가 실제 개발 및 상용화될 경우 자기부상열차, 핵융합 발전 등 인류가 ‘꿈’으로 여기던 기술들을 실현시킬 수 있다.

그리핀 연구원은 미국 에너지부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한국 연구진이 22일 아카이브에 공개한 LK-99의 구조를 토대로 전자의 이동 경로를 분석했다. 초전도체는 일정 온도 이하에서 전자저항이 제로(0)가 되는 물질로, 특성을 유지하는 데 전자의 이동이 매우 중요하다.

그 결과 상온에서도 초전도성이 나올 수 있는 경로를 발견했다고 그는 밝혔다. 다만 그리핀 연구원은 “(LK-99를) 대량생산하는 데 있어서 적절한 구조를 합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찬중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초전도성을 보이는 경로가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구조 내 불순물을 제거하고 효율을 높이는 것은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해당 시뮬레이션 결과가 동료 검증을 거치지 않은 ‘사전 논문’이라는 점, 실제 물질을 합성한 것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물질을 합성하다 보면 구조가 망가지거나 전자의 수가 부족해지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실제 구현해서 실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미국의 아르곤국립연구소, 중국 난징대, 프랑스 콜레주드프랑스 등 여러 연구 기관에서 LK-99의 재현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 속 부실한 데이터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국 연구진의 사전 논문 발표 후 마이클 노먼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연구원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연구자들은 초전도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며 일부 데이터를 제시하는 방식은 매우 엉성하다”고 했다. 국내의 한 전문가 역시 “초전도체는 물질 자체가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국제 표준에 맞춰 실험을 설계하고 진행한다”며 “현재 연구진 중에는 초전도체 전문가가 없어 이런 부분이 잘 지켜졌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연구진이 논문과 함께 공개한 LK-99이 공중 부양 영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 되면서 물질 내부에 있던 자기장을 외부로 밀어내는 특성을 갖는다. 그 힘으로 공중 부양을 하는데 이를 ‘마이스너 효과’라고 부른다. 영상 속 LK-99는 동그란 자석 위에서 한 쪽 면은 자석에 붙어있고 다른 한쪽 면만 공중 부양을 한 상태다. 이에 대해 연구에 참여한 김현탁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 앤메리대 교수는 영국 뉴사이언티스트 저널에 “시료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찬중 책임연구원은 “영상 속에서 공중 부양하던 LK-99가 갑자기 쓰러지는 것이 더 이상한 점”이라며 “온도나 자기장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초전도체에서 마이스너 효과가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2일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재료공학부 교수 연구팀 역시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에 “LK-99 재현에 성공했다”며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검은색 작은 물질이 공중에 뜨는 모습이 담겼다. 중국 연구진은 LK-99의 마이스너 효과는 확인했지만 전기저항이 0인지는 입증하지 못해 추가적인 실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LK-99에 대한 해외 연구기관들의 검증 결과가 하나둘 등장하며 국내에서도 LK-99의 과학적 검증을 위한 위원회가 꾸려졌다.

2일 국내 초전도 학술단체인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LK-99의 진위 여부를 밝히기 위해 ‘LK-99 검증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과 공개 영상을 봤을 때 현 단계에서는 상온 초전도체로 판단하기 어려워 과학적 검증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게 됐다”며 배경을 밝혔다.

김창영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부연구단장(서울대 교수)이 검증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물리·재료·전기·기계 분야의 학회 회원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샘플을 제공할 경우 학회 회원들의 소속 기관에서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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