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화석산업 박람회’로 전락하나…COP28 의장국 UAE의 이율배반

손우성 기자 2023. 8. 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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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COP28 언론 대응 문서 입수
2050년 탄소 중립 약속과 달리
화석 연료 표현 삼가고 답변 지시
“COP28, 산업박람회로 전락” 우려 목소리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인 술탄 알자베르(오른쪽)와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이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는 11월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석유와 가스 등 화석 연료 감축 방안을 제대로 만들기는커녕 이를 비판하는 언론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 1일(현지시간) 제기됐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COP28이 화석 연료 업계의 산업박람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UAE 당국이 내부용으로 작성한 COP28 관련 언론 대응 가이드라인 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 문서엔 석유와 가스 생산 증가, 예멘에서의 전쟁 범죄, 정치범 수용, 성소수자 차별 등 UAE에 제기되는 각종 비판에 대한 모범 답변과 COP28 의장국으로서 강조할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문서에서 UAE 당국은 화석 연료라는 표현을 애써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일하게 화석 연료가 언급된 부분은 “UAE는 화석 연료 탄소 집약도를 줄이면서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문장이 전부다. 전문가들은 석유 또는 가스의 탄소 집약도는 연료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만을 측정한 결과로, 실제 연료가 연소할 때 배출되는 유해 물질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환경단체에선 COP28 의장이자 회의를 총괄하는 인물이 UAE 국영 석유 회사 ‘애드녹’ 최고경영자(CEO)인 술탄 알자베르라는 점을 문제 삼고 있는데, 문서에서 UAE는 애드녹이 2016년 이후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질문이 들어올 경우 “현재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답변하라고 지시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지난 24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AFP연합뉴스

UAE는 앞서 COP28을 유치하며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UAE가 생산하는 에너지 가운데 청정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석유·가스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이율배반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화석 연료 개발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와 양립할 수 없다”며 “최악의 기후 위기를 대비해 아직 매장돼 있는 자원은 그대로 남겨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스코 사비도 기업유럽관측소 연구원은 가디언에 “COP28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회의가 아니라 석유와 가스 산업 무역 박람회가 될 것”이라며 “기후 재앙으로 향하는 죽음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단체 페어스퀘어의 니콜라스 맥기한도 “이 문서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UAE의 약속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이라며 “이번 COP28의 궁극적인 목표는 UAE의 평판과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UAE 당국은 가디언의 사실 확인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알자베르 CEO의 변호인은 “에너지와 기후, 외교 분야에서 알자베르 CEO의 경력은 COP28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전문 지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UAE는 이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국제 인권 규범과 원칙 준수에 따라 기후 운동가들이 평화롭게 모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UAE는 주요 석유 생산국이자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국가”라며 “수많은 환경 단체들이 오는 11월 UAE로 몰려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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