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숙박 시설, 직원들이 ‘가족 펜션’처럼 썼다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이 국립공원 내 고급 숙박 시설을 공짜로 이용하거나, 아는 사람에게만 무단으로 빌려줘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설들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지은 것이지만, 일반 국민들은 통상적으로는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시설이었다. 일반 국민들은 이들이 사용한 시설보다 못한 시설을 돈을 주고 예약해서 써야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일 “국립공원공단이 운영 중인 국립공원 내 생태탐방원에서 예비로 보유하고 있는 객실을 소속 직원들이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조사한 결과, 생태탐방원 5곳에서 14차례에 걸쳐 공단 직원 및 가족들이 예비 객실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퇴직한 직원 등에게 무료로 이용하도록 특혜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국 국립공원 가운데 북한산·지리산·소백산·설악산·한려해상·무등산·가야산·내장산·변산반도 등 9곳에서는 생태탐방원이 조성돼 있다. 국립공원의 자연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다. 국립공원공단은 생태탐방원마다 15~30개의 객실을 갖춰 놓고, 공단이 운영하는 생태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내방객들이 객실에 묵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객실에 투숙하려면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해야 하고, 1박에 최대 13만2000원을 내야 한다.
공단은 각 생태탐방원에 ‘예비 객실’을 1채씩 두고 있다. 일반 객실에 문제가 생겼을 때 투숙객에게 대체용으로 제공하기 위한 시설이다. 이 예비 객실은 8인용 독채 한옥으로, 각 생태탐방원의 객실 가운데 가장 크고 좋은 시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권익위가 조사해 보니, 공단 직원들은 이 예비 객실을 직원 가족용 무료 펜션처럼 쓰고 있었다. 지리산생태탐방원은 지난 5월 지리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장의 청탁을 받고 이 예비 객실을 2차례에 걸쳐 무료로 쓰게 해줬다. 다른 직원 4명도 올 상반기 동안 이 객실을 한 차례씩 무료로 썼다. 설악산생태탐방원은 퇴직한 직원의 청탁을 받고 이 직원에게 지난 4월과 5월 각각 1차례씩 예비 객실을 공짜로 내줬다. 한려해상생태탐방원 원장도 지난 5월 가족들과 함께 무료 숙박을 했다.
권익위는 이런 예비 객실의 존재가 외부에는 알려져 있지 않았고, 공단이 다른 일반 객실과 달리 예비 객실에 대해서는 숙박 기록을 남기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공단 직원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단 직원들의 무단 사용은 한 생태탐방원을 방문한 일반 시민의 신고를 계기로 권익위가 조사에 나서면서 드러났다. 이 시민은 ‘나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서 투숙하는데,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투숙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권익위는 이런 부정 사용이 최근 6개월간 14차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또 “공단 직원들의 예비 객실 사적 사용은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공단이 예비 객실에 대한 투숙 기록을 아예 남기지 않아, 지난해까지의 부정 사용 사례는 밝혀내지 못했다.
권익위는 국립공원공단의 상급 기관인 환경부에 공단 직원들의 부정행위를 통보하고, 공단을 감사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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