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짜 밉상이네, 너 정말 싫어"... 주호민 아들 특수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검찰 "장애인 아동 정신건강·발달에 해 끼쳐"
변호인 "긴 대화 중 부정적 내용만 요약한 것"
아동학대법 혐의로 기소돼 논란을 빚은 특수교사 A씨 사건에서, A교사가 웹툰작가 주호민씨 아들 주모(당시 9세)군에게 훈육 당시 했던 발언이 공개됐다. A교사는 발달장애 아동인 주군에게 "진짜 밉상이네"라고 하거나, "(네가) 싫어, 정말 싫어, 싫어 죽겠어"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A교사의 이런 발언이 9세 장애아동에게 할 수 있는 '훈육'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A씨의 변호인은 "검찰 공소장에 나타난 발언은 긴 대화 중에 부정적인 얘기만 모아둔 것일 뿐"이라며 아동학대 혐의를 부인했다.
2일 한국일보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A교사 공소장에는, 지난해 9월 13일 그가 경기 용인시 소재의 B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군에게 했던 발언 내용이 담겼다. 주씨가 앞서 발표했던 입장문 등을 감안할 때, 해당 발언은 주씨 부부가 아들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둬 A교사 몰래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소장에 따르면 A교사는 주군에게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싫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했다. 이어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라며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라고도 말했다. 앞서 A교사 측은 이 발언의 내용 배경을 두고 "받아쓰기 문장을 교육하던 중 '고약하다'라는 뜻을 알려주기 위해 관련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A씨는 "야, 니가 왜 여기 있는 줄 알아? 학교에 와서? 너 왜 이러고 있는 줄 알어? 왜 이러고 있는 건데? 왜 O반 못가? 니네반 교실 못가, 친구들 얼굴도 못 봐, 너 친구한테 못 어울려,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 못가 못 간다고"라며 주군이 처한 상황을 강조했다.
녹음 내용을 들은 주씨 부부는 A교사를 고소했고,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은 해당 발언을 "장애인인 아동에게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A교사를 아동학대처벌법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의 기소에 따라 A교사는 직위해제됐으나,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특수한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교사에 대한 과도한 직위해제였다는 판단"이라며 1일 A교사를 복직시켰다.
이런 공소사실에 대해 A교사의 변호인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2시간 반에 걸친 대화를 전체 맥락을 감안하지 않고 부정적인 말만 뽑아서 나열한 것"이라며 공소장에 나타난 발언은 나쁜 부분만 강조한 사실상의 '짜깁기'라고 설명했다. 또 "밉상 발언은 주군에게 훈계하듯 한 것이 아니라 교사의 혼잣말로 전후 발언이 생략됐다"고 말했다.
특히 변호인은 "검찰 공소장에는 주군의 대답이 빠져 있다"며 "(교사의 부정적인 말만 공소장에 나오다 보니) 훈육이냐 학대냐를 다루는 사안에서, 훈육을 입증하는 부분이 아예 제외되어 버렸다"고 강조했다. 공소장에 나타난 것처럼 A교사가 계속 추궁하듯 말한 것이 아니라, 잘못을 알려주고 아이를 훈육하기 위해 주군과 대화를 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 공소장에 나타난 A교사 발언 전문과, 이에 대한 A교사 변호인의 상세 해명을 아래에 함께 게재합니다.
공소장에 나타난 A교사의 발언(녹취로 추정)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도대체 맨날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야 니가 왜 여기 있는 거 여기만 읽는 줄 알어? 학교에 와서? 너 왜 이러고 있는 줄 알어? 왜 이러고 있는 건데? 왜 O반 못 가고 친구들한테 못 가고 이러고 있는 건데? 왜 못 봐? 너? 친구들한테 왜 못가? O반 왜 못가? 니네반 교실 못가, 친구들 얼굴도 못 봐, 너 친구한테 못 어울려,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 못가 못 간다고,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싫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너 집에 갈거야 학교에서 급식도 못 먹어 왜인 줄 알아? 급식 못 먹지 친구 못만나니까."
A교사 측 변호인의 주장
공소사실 10줄에는 맥락없이 부정적인 발언만 나열되어 있어 아이에게 특수교사가 쏟아붓듯 이야기한 것처럼 보이나, 이 내용은 2시간 반 동안 벌어진 총 6가지 다른 상황에서 가장 부정적인 말들을 뽑아서 추린 것이다. 교사의 혼잣말이나 앞뒤 발언, 주모군의 답변 등 맥락을 제외해 마치 추궁하는 것처럼 편집됐다. 특히 훈육이냐 학대냐를 다투는 사안에서, 훈육을 입증하는 부분들은 아예 제외한 셈이다. 녹음파일에는 교사의 훈육에 따른 주군의 답변이 있고, 전체적으로는 당시 훈육이었다고 판단된다. 발언 자체가 아동학대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1. 주군이 답변한 부분
교사▶"O반 왜 못가?"
주군="고추 보여서."
교사▶"그렇게 행동해서 어떻게 통합반 가려고 그래, 계속 소리치고 그렇게 할 거야? 성질 부릴 거야?"
주군="안 부릴 거야."
교사▶"(그렇게 하면) 친구들하고 못 어울려"
주군="네."
교사▶"친구들한테 가고 싶어?"
주군="네."
2. 문제의 발언의 맥락
"진짜 밉상이네"
주군이 수업시간에 딴전을 피우고 집중하지 못 하는 상황이 오랜시간 계속되자 한숨 쉬며 중얼대듯 한 교사의 혼잣말이다. 공소장엔 해당 발언의 전후로 "아침부터 둘이 와가지고 참" "아침 일찍부터 뭘 자꾸 뭘" 등 다른 혼잣말들이 생략됐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경우 청각적 자극보다 시각적 자극 등에 더 민감한 특성이 있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발언 뒤엔 책상을 '탁, 탁, 탁' 치며 집중을 유도하려 한 행동도 빠졌다.
"싫어"의 반복
'아동이 싫다'는 의미가 아니다. 읽기를 가르치기 위해 '종이를 찢어버려요'라는 문장을 반복해 가르침에도 주군이 잘못 읽었고, 그 결과물에 대해 "아휴 (이렇게 하면) 싫다" "(네가 잘못 읽는 것이 선생님은) 싫어죽겠다" 등 낮은 톤으로 반복해 말한 맥락이 있다. 잠시 휴식 후 아동에게 평상적인 톤으로 숫자 읽기를 가르치는 녹음이 이어진다. 교사와 라포(신뢰관계)가 형성된 아동들은 '선생님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해야지' 하고 개선하곤 한다. '싫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이야기 해 '선생님의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시키는 것은 비교적 언어 인지가 둔한 발달장애 아동 특성을 고려한 교육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야"
받아쓰기를 반복해 시키니 하기 싫어하면서 소리치며 교실 밖으로 나가려는 주군을 제지하던 중 나온 말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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