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청년들 "청년이 노인혐오 무기냐…年3억 꿀 빤 김은경, 어르신들에 `진짜 치욕`"
백경훈 "박근혜 정부 위원직들도 맡더니 어르신들(노인회 등) 치욕에 사과부터"
22세 강사빈 "老嫌 프레임 주입…청년들 투표장 안 가는 건 갈라치기때문"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미래 짧은 분들" 노년층 투표권 폄하 논란에 이어 "윤석열(대통령 직함 생략) 밑에서 임기(금융감독원 부원장)를 마치는 게 치욕스러웠다"고 발언하자 여당 청년정치인들로부터 저격이 잇따랐다.
장예찬(35)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부에서 임기 마치는 게 치욕스러웠다던 김은경 혁신위원장님, 우리 좀 솔직해지자. 그럼 대체 정권이 바뀌었는데 1년을 더 버티며 꾸역꾸역 임기를 채운 이유가 뭔가. 김 위원장이 맡았던 금융소비자보호처장(금감원 부원장) 자리는 연봉 3억으로 손 꼽히는 '꿀직장'"이라며 '좋은 자리 내려놓기 아쉬워 구질구질하게 버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온실 속 화초처럼 평생 대접 받으며 꽃길만 걸었으니 '초선 비하' 발언부터 '노인 폄하' 발언까지 망언이 쏟아지는 걷. 대학교수하고 금융소비자보호처장 할 땐 무슨 말을 해도 주위에서 뭐라고 안 했겠지만 정치는 매 순간, 모든 발언이 국민의 평가를 받는다"며 "어떤 헌신도 고생도 하지 않고 연봉 3억 자리를 끝까지 사수하며 누릴 것만 잔뜩 누린 김 위원장에게 혁신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백경훈(39)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밑에서 임기 마쳐 엄청 치욕'이라는 김 위원장님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각종 위원회에 위원을 역임하신 분이다. 그동안 그 치욕을 어찌 다 감내하셨을지"라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가"라고 김 위원장의 태도를 캐물었다. 그러면서 "'진짜 치욕'을 느끼셨을 '어르신들'에게 먼저 가서 진심으로 사과부터 하기 바란다"고 노인세대의 분노를 상기시켰다.
이는 "950만 노인들이 분노한다"는 성명을 낸 대한노인회(회장 김호일)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노인회는 "김 위원장의 '평균 잔여수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발언은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 무시"라며 정동영·유시민·김용민 등 민주당 정치인들의 노인폄하 발언사(史)를 소환했다.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며 김 위원장을 역성 든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도 도마 위에 올렸다.
노인회는 "양이 의원은 이러한 망발에 '맞는 얘기'라며 동조했다"며 "김 위원장과 양이 의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이날 국회 의원회관을 찾은 가운데 "'노인 비하' 당사자인 김 위원장과 양이 의원이 직접 찾아와 사과하지 않으면 민주당 규탄하는 행동에 들어가겠다"며 조직적인 행동과 민주당사 항의 방문 검토 의사를 밝힌 것으로도 전해졌다.
'2001년생' 강사빈(22) 국민의힘 부대변인도 페이스북 상에서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과 혐오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며 낮은 청년세대 투표율을 거론한 뒤 "이런 와중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고 청년들에게 '노인 혐오' 프레임을 주입하는 듯한 민주당 김 위원장의 실언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과 같다. 그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꼰대짓'이 아닌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킨 민주당 스스로의 과오를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을 정면으로 겨눈 그는 "민주당은 청년들을 그저 어르신들을 상대하는 '무기' 정도로만 취급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미래에도 살아있을' 청년들이 투표장을 찾지 않는 이유는 노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정치'가 아닌 '정쟁'만을 일삼는 민주당의 갈라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자산이자 희망인 청년들을 대하는 민주당의 본모습에 심히 개탄스럽다"고 야당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2030 청년 좌담회에서 자신의 둘째 아들이 중학생 시절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는 말을 했었다며 "'자기 나이부터 남은 평균 기대 수명까지, 엄마 나이부터 남은 기대 수명까지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되게 합리적이죠"라며 "1인 1표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 표결을 해야 하느냐"고 말해 논란이 됐다.
전날(1일) 양이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하지만,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며"(김 위원장 발언은) 맞는 얘기"라고 엄호에 나섰다. 하지만 노년층을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로 겨냥한 격이 되자, 해당 표현을 글에서 지우고 후속 글에서 "오해"라고 해명했다. 혁신위 측에선 김 위원장 발언이 청년들의 투표·정치참여 독려 취지였다며 공식 사과를 거부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전날 민주당 인천시당 사무실에서 열린 '인천시민과의 대화'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노여움을 풀면 좋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또 당 지지층에 호소하듯 윤석열 대통령의 직함을 생략한 채 강성발언을 이어갔다. 한국외대 교수인 그는 혁신위원장을 맡은 배경으로 "분노가 치밀어서"라며 "윤석열 밑에서 통치받는 게 창피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 때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임명받았는데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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