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카르텔 근절 조직 만든다…전관예우 비판에 뒤늦은 후속조치
‘철근 누락’ 아파트 논란을 빚은 발주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부실 시공에 책임이 있는 설계사와 감리업체 대다수가 LH 전관 업체인 것이 드러나자 뒤늦게 후속 조치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LH 퇴직자의 재취업은 건설업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져 있어 전관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LH는 부실 시공 업체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2일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건설카르텔과 부실시공 근절을 위한 LH 책임관계자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LH는 경기남부지역본부에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할 계획이다. 추진본부는 설계부터 심사, 계약, 시공, 자재, 감리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관예우 등 부정행위를 근절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건설안전기술본부장이 본부장을 맡고 운영 기간은 이날부터 시작해 카르텔이 철폐될 때까지다.
LH의 이같은 발표는 철근 누락이 일어난 LH 발주 아파트 단지의 설계, 감리 업체 대다수가 LH 퇴직자들이 간 전관업체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온 데 대한 후속 조치로 보인다. 전날 경향신문(8월 2일자 A2면)은 철근이 누락된 15개 단지 중 13곳의 설계를 맡은 업체들은 모두 LH 전관 업체라고 보도했다. 이와 별도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15개 단지 중 8곳 감리 역시 LH 퇴직자들이 근무하는 전관 업체였다.
LH는 비판을 의식한 듯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단계에서 전관이 개입할 수 있는 업무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또 자체 조사와 외부 제보 혹은 언론 보도로 전관업체 간 담합 등이 의심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기로도 했다.
부실 시공 업체는 다음 입찰을 제한할 수 있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특히 중대재해와 건설 사고를 유발한 업체가 주요 대상이다.
이번 부실시공 현장에서 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LH 내 감리용역 전담 부서를 개편하기로 했다. 공사 단계별로 건축물 정밀안전점검 의무도 시행할 예정이다. 영상기록검측, 디지털 시공 확인 체계로 전환해 검사 기능을 강화하고 품질과 안전 관련 자재 외에는 직접 구매자재 적용 제도를 전면 재검토한다.
한편 민·형사 조처도 이뤄진다. LH는 지난달 31일 발표된 무량판 구조 철근 누락 15개 아파트 단지의 설계, 시공, 감리 관련 업체와 관련자를 무량판 구조 설계오류와 시공누락에 따른 부실시공을 문제 삼아 오는 4일 경찰청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입주가 이미 끝난 부실시공 아파트 단지에 대해선 입주민 요구 사항을 반영해서 보강 공사를 진행한다. 현재 3개 지구는 보강이 완료됐으며, 8개 지구는 이달 말 보강이 완료될 예정이다. 입주가 완료된 4개 지구는 내달 말 모든 보완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국민의 보금자리로서 가장 안전해야 할 LH 아파트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번에 건설안전을 제대로 확립 못 하고 설계·감리 등 LH 건설공사 전 과정에서 전관특혜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LH의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LH 아파트에서 무량판 구조가 주거동이 아닌 주차장에서만 적용됐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LH가 보강공사를 실시한 뒤 입주민이 지정한 업체에 의뢰해 안전점검을 실시해 입주민이 안심할 때까지 무한 책임을 가지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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