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700억 횡령 악몽 잊히기도 전에…이번엔 경남銀 500억 횡령
불과 1년여만에 또 대형 횡령사고…은행 '내부통제' 실패 도마 위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BNK경남은행에서도 562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횡령 직원은 50대 부장급으로, 무려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맡으면서 수차례에 걸쳐 은행 돈을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비판이 또 다시 제기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동시다발적으로 경남은행에 대한 수사 및 검사에 착수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전체 은행권에 대한 PF 자금 실태 긴급점검에 나섰다.
◇15년간 부동산PF 담당한 부장이 562억 횡령…금융당국·검찰 동시 수사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의 대형 횡령 사고를 계기로 전체 은행권에 대한 PF 자금 실태 긴급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남은행 횡령 확인 뒤 전 은행의 PF 자금 실태 긴급점검을 진행 중"이라며 "긴급점검이 끝나면 추가적으로 은행권 전반에 이같은 사례가 있는지 후속 검사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동산 금융이 투자금융(IB)에 속하기 때문에 은행권의 IB 파트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날 금감원은 지난달 21일부터 긴급 현장조사에 착수해 경남은행 직원 A씨(50)의 총 562억원에 달하는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남은행은 자체감사를 통해 77억9000만원 상당의 PF대출 상환자금 횡령을 인지하고 지난 20일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 현장 점검에서 A씨의 횡령·유용사고 혐의 484억원이 추가로 확인해 총 사고규모는 562억원(1일 기준)으로 늘어난 상태다.
562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A씨는 경남은행 부동산투자금융부 부장급 직원으로, 지난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5년간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A씨는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7년 10월 사이 부실화된 169억원 상당 PF대출에서 수시 상환된 대출원리금을 사고자 가족 등 제3자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77억9000만원을 횡령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 중 29억1000만원은 상환처리해 실제 미상환 피해액은 48억8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는 차주(PF 시행사)의 자금인출 요청서 등을 위조해 경남은행이 취급한 PF대출자금(700억원 한도약정)을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2회에 걸쳐 총 326억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경남은행이 취급한 PF대출 상환자금 158억원을 상환처리하지 않고, 자신이 담당하던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한 혐의도 있다.
◇ 우리銀 700억 횡령 1년여 만에 또 드러난 대형 횡령…은행 '내부통제' 비판
계속 반복되는 금융사고에 은행권의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경남은행 횡령은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 사건이 일어 난지 불과 1년여 만에 또다시 밝혀진 대형 금융사고다. 피해금액도 우리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크고, 범죄 수법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
우리은행에선 지난해 4월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 전 모씨가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약 8년 동안 8회에 걸쳐 697억3000만원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전 씨도 10년이 넘는 기간 동일 부서에서 동일 거래처를 담당하며 장기간 횡령을 저질렀다.
금감원도 경남은행의 내부통제 실패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남은행 창원 본점에도 검사반을 투입해 PF대출 등에 대한 내부통제 실태 전반을 점검 중이다.
그간 금감원은 우리은행 횡령 사태 이후 은행권에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꾸준히 독려·주문하고, 금융위원회와 지난해 8월부터 의견수렴을 거쳐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해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들이 발견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엄정 조치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부당사항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며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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