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선발이 안우진? 페디? ‘QS 장인’ 고영표가 과소평가에 대처하는 자세

김태우 기자 2023. 8. 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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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압도적인 QS 비율을 질주하고 있는 고영표 ⓒ곽혜미 기자
▲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인 고영표 ⓒkt위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 리그 최고 선발 투수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조금 엇갈리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로 두 명의 선수가 언급되는 건 확실하다. 지난해 KBO리그 최고 투수였던 안우진(키움), 그리고 메이저리그 선발 출신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에릭 페디(NC)다.

페디는 1일 현재 시즌 17경기에서 103⅓이닝을 던지며 14승2패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 중이다. 벌써 전 구단 상대 승리를 거둔 상황으로, 현재 추세라면 20승에도 도전할 수 있는 페이스다. 안우진은 19경기에서 7승6패 평균자책점 2.31을 기록했다. 페디보다 승수와 평균자책점이 다소 뒤지지만, 더 많은 이닝(121이닝)과 더 많은 탈삼진(146개)로 어필하고 있다. 전체적인 팀 공헌도는 페디에 뒤지지 않는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시원시원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속을 뻥 뚫리게 하는 파워 피칭이 강점이다. 안우진은 KBO리그 선발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자랑한다. 시속 150㎞대 후반의 강력한 포심패스트볼, 그리고 커맨드 좋은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한다. 페디 또한 최고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지고, 최근 메이저리그의 트렌드인 스위퍼로 히트를 쳤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두 선수인 셈이다.

그런데 정작 두 선수보다 더 많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선수는 따로 있다. 페디의 전체 선발 등판 대비 퀄리티스타트 비율은 70.6%, 안우진은 68.4%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범위를 좁히면 안우진은 42.1%, 페디는 23.5%다. 이 또한 훌륭한 수치지만, 고영표(32‧kt)에 미치지는 못한다.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선수이자, 대표팀 에이스에 근접한 선수인 고영표는 올해 19경기에서 118⅔이닝을 던지며 9승5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 중이다. 놀라운 것은 퀄리티스타트 비율이다. 18번의 선발 등판에서 무려 15번(83.3%)이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중 13번(72.2%)이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였다. 고영표를 제외하면 리그 그 어떤 투수도 9회 이상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달성하지 못했다.

▲ 고영표는 세간의 과소평가를 자극의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고영표 ⓒkt위즈

경기 초반만 잘 넘기면 탄력이 붙어 6이닝, 7이닝을 쉽게 잡아먹는 게 고영표의 특징이다. 상대 팀 선수들과 팬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알고도 못 친다. 그러나 고영표의 대한 인상은 안우진이나 페디보다는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고영표는 파이어볼러가 아닌 것과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단순히 경기를 바라볼 때 압도적인 맛은 안우진이나 페디보다 덜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150㎞대 중반의 빠른 공, 강력한 변화구도 결국 ‘결과’를 내기 위한 하나의 도구다. 그리고 그 결과를 위한 도구는 선수마다 다르다. 압도적인 퀄리티스타트 비율을 가지고 있는 고영표로서는, ‘공이 느리다’는 이유만으로 따라 붙는 다소간의 과소평가가 달갑지는 않을 법하다.

“구속이 느려 과소평가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가”는 질문에 고영표도 “항상 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사람들의 평가는 내가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그렇게 평가를 하시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 들인다”면서 “그럴수록 내가 꾸준하게 이런 피칭을 해야 한다. 자극이 되기도 한다. 지금 당장은 빠른 공을 던지면 성적에 비해 가중되는 평가를 받는다. 나는 구속이 느리고 사이드암 투수라는 이유로 그런 평가를 받는 것도 있는데 어쨌든 내가 해야 할 것은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고영표는 최고의 자리에 있음에도 ‘도전’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고영표는 “선수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하게 이런 성과를 낼 것을 다짐했다. 그래서 몸 관리가 더 철저하다. 보통 옆구리 유형의 투수들은 선발로 롱런하지 못한다는 시각이 있다. 허리나 무릎, 골반 쪽에 부상이 잦기 때문이다. 고영표도 이를 잘 안다. 그래서 정면 돌파한다는 생각이다.

고영표는 “2~3년 정도 해보니까 고관절 쪽의 가동성에 피로도가 쌓이고 (회전 범위가) 좁아지면 힘 전달이 잘 되지 않더라. 이런 것들이 나한테 걸림돌이 되겠다 싶었다”면서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보다는 관절 범위를 조금 더 유지하는 게 투수로서 롱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트레이닝파트와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 나도 따라했더니 이제 퍼포먼스가 나오더라. 나이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평가에 대한 ‘자극’은, 오히려 고영표를 롱런하게 하는 연료가 될지 모른다.

▲ 고영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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