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만 군사지원 발표' 뒤 中 왕이 초청… 갈등 관리 지속
향후 한중관계 등과 맞물려 미중관계 동향에 외교가 관심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 정부가 최근 '외교부장'으로 복귀한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미국으로 초청했다. 이를 두고 각종 현안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고위급 접촉을 이어감으로써 양국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만큼 막겠단 의도라는 등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에 따르면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전날 양타오(楊濤) 중국 외교부 미대양주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왕 부장의 미국 방문을 공식 요청했다. 중국 측의 수용 여부나 왕 부장의 방미 시기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수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는 게 미국 측 설명이다.
미 정부가 왕 부장을 초청한 건 기본적으로 올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에 따른 답방 차원이다. 그러나 외교가에선 최근 미 정부가 대만에 대한 군사지원 계획을 발표한 뒤 미중 간 긴장이 재차 고조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왕 부장 초청 의사를 밝혔단 점에서 그 연관성을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오는 18일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대(對)중국 현안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 정부는 지난달 28일 의회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대통령의 예산 사용 권한(PDA)을 활용해 대만에 3억4500만달러(약 4400억원) 규모의 비축무기를 지원하겠단 계획을 내놨다. 이에 중국 국방부는 이달 1일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한계선)"(턴커페이(潭克非) 대변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당국은 이른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중국의 합법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란 뜻) 원칙에 따라 다른 나라가 대만 관련 사안을 언급하거나 개입하는 것 자체를 내정간섭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대만 문제 등을 놓고 미중관계가 다시 대화마저 포기한 '충돌' 위기로 내몰릴지, 아니면 고위급 대화 채널 유지를 통한 '관리' 국면을 이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향후 미중관계는 한중관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단 점에서 우리 정부 당국자들 또한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작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동맹 강화·발전'과 '한일관계 개선'을 외교정책의 주요 우선순위에 두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졌단 평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내정간섭 발언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러나 최근엔 왕 부장 등 중국 측 인사들이 공식 석상에서 한중 및 한중일 관계 진전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례가 늘면서 '큰 고비는 넘긴 것 같다'는 등의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연내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 당국이 다시 우리나라를 압박한다면 미국·일본 쪽으로 더 밀어내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미중관계뿐만 아니라 한중관계에서도 사안별로 '대립'과 '협력'을 오갈 것으로 예상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학과 교수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은 국방수권법(NDAA) 등을 통해 매년 공표됐던 것이다. 그 자체만으론 미중관계에 큰 장애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왕 부장이 미국을 방문한다면 최우선 의제는 미중정상회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9월엔 인도 뉴델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그리고 11월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각각 열릴 예정이다. 따라서 미중 양측이 연내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한다면 이들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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