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치료제 나올까…다제 내성균 잡는 `강력한 항생제` 개발

GIST, 항균 활성 좋고, 독성 낮은 물질 발굴
인체면역시스템의 항균펩타이드 모방해 개발

서지원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연구팀은 다제 내성균에 효과적이면서 독성을 낮춘 '항균 펩토이드'를 발굴했다. 연구재단 제공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를 활용한 다제 내성균 치료 항생제 원리 개념도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슈퍼박테리아를 없앨 수 있는 항생제 약물을 개발했다. 향후 다제 내성균으로 인한 감염병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서지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연구팀이 이성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다제 내성균에 효과적이면서 독성을 낮춘 새 항생제 물질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박테리아 감염은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전염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한 번 감염되면 치명률이 상당히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다제 내성균에 의한 사망자가 연간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맞먹는 수치다.

2016년 미국에서 인류가 가진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다제 내성균이 발견됐고, 이 균에 감염된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생명체 고유의 자기방어 면역시스템을 갖고 있는 항균 펩타이드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세균의 세포막과 잘 결합하도록 디자인한 '항균 펩토이드'를 개발했다. 항균 펩토이드는 80여 종의 펩토이드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항균 활성과 독성 스크리닝을 통해 효과가 뛰어나고 독성이 적은 '펩토이드 29'를 유효물질로 발굴·합성한 것이다. 펩토이드는 대표적 생체분자인 펩타이드 구조를 인공적으로 모사한 펩타이드 유도체 신물질을 일컫는다.

연구팀이 개발한 항균 펩토이드는 적혈구 등 인체 세포에 낮은 독성을 보이면서 다제 내성균을 포함한 다양한 박테리아 균주에 광범위한 활성을 보였다. 또한 세포막 파괴와 세포 내 던백질, 리보좀, 핵산 등 여러 소기관과 유전자의 응집을 유도해 내성 발현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항균 펩토이드가 박테리아를 죽이는 과정을 굴절률 기반의 3차원 홀로그래피 단층촬영현미경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서지원 GIST 교수는 "이번에 발굴한 항균 펩토이드는 향후 다제 내성균 치료제 개발 연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지난 6월 21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