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밀 엎친데 인도 쌀 덮친격…인도 쌀 수출 금지, 전세계 식량 위기 촉발하나
전세계적으로 쌀 공급이 불안정한 가운데, 세계 최대 쌀 수출국 인도마저 쌀 수출을 금지함에 따라 전세계 밥상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인도산 쌀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 지역 저개발 국가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인도발 쌀 수출 금지가 전세계 식량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차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는 “인도의 쌀 수출 금지 조치로 올해 곡물 가격이 최대 1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 쌀 가격은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6월보다 이미 14% 오른 상황이다.
앞서 지난달 20일 인도 정부는 바스타미 품종이 아닌 백미와 쇄미(깨진 쌀)의 수출을 즉시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수출이 금지된 쌀의 양은 인도 전체 쌀 수출량의 약 45%를 차지한다. 인도는 세계 최대 쌀 수출국으로 지난해 140개국에 약 2200만t의 쌀을 수출했다. 이 중 600만t은 이번에 수출이 금지된 백미 중 하나인 인디카 백미인데, 인디카 백미는 전 세계 쌀 무역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수요가 많은 품종이다.
인도가 기습적으로 쌀 수출 제한을 결정한 이유는 치솟는 인플레이션 탓이다. 인도 국내 쌀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30% 이상 올랐다. 최근엔 이상기후로 벼 재배 지역이 폭우 및 가뭄에 노출돼, 생산량을 국내용으로 미리 비축해둬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식재료값 상승으로 민심이 악화하는 걸 막으려는 차원도 있다.
전세계 쌀 시장에서 인도산의 존재감이 컸던 만큼 이러한 결정은 인도 바깥에서 연쇄효과를 일으킬 전망이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수입산 쌀의 절반 이상을 인도산으로 충당하는 국가가 약 42개국에 달한다. 인도산 쌀의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어서는 아프리카 국가들도 상당수다.
수출 금지로 쌀 가격이 오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렇지 않아도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저개발국가들의 식량 문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인도산 쌀을 가장 많이 수입하던 방글라데시와 네팔이 가장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베냉(880만t), 세네갈(750만t), 코트디부아르(680만t), 토고(530만t) 등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는 국가들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인구는 전세계 30억명 이상이다. 방글라데시, 부탄,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에선 전체 칼로리 섭취 중 쌀이 기여하는 비율이 최대 67%에 달한다. 셜리 무스타파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연구원은 “수출 금지 조치는 취약계층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다. 소득의 더 많은 부분을 식품 구입에 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BBC에 밝혔다. 그는 “이들은 쌀 소비량을 줄이거나, 영양분이 좋지 않은 대안을 택하거나 아니면 다른 필수품을 포기해야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인도 쌀 수출 중단은 이미 흔들리고 있는 글로벌 쌀 공급망에 추가 악재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밀 등 다른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했을 때, 쌀을 대안으로 찾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쌀 가격도 동반 상승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쌀 주요 생산국을 덮친 이상기후로 공급마저 주춤해졌다. 세계 3위 쌀 수출국 베트남에선 엘니뇨 탓에 쌀값이 2011년 이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밖에 비료 가격과 무역 비용 등 쌀 재배와 운송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도 상승했다.
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세계에서 쌀을 두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인 필리핀은 쌀 조달을 위해 인도와 협약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선 인도계 미국인들이 쌀을 사재기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도의 쌀 수출 금지 이후 미국의 쌀 가격이 평균 11% 급등했다고 미 공영방송 PBS는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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