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가가 판치는 세상, 김소현 능력에 담긴 위로의 판타지('소용없어 거짓말')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8. 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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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tvN 월화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 을 보다보면 신신애가 부른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가사가 떠오른다.

배신자를 색출하기 위해 건물에 매달아 놓은 조직원들 앞에 나타나 "이 사람들은 아녜요"라고 단언하고 그 중 진짜 배신자를 딱 지목한 후,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냐고 할 때 목솔희(김소현)라는 이 문제적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그건 진실의 문제가 아니라 더 이상 사람 간의 믿음이 사라져버린 세상의 문제를 꺼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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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없어 거짓말’, 거짓말? 진실을 알아주는 사람에 대한 로망

[엔터미디어=정덕현]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tvN 월화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을 보다보면 신신애가 부른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가사가 떠오른다. 배신자를 색출하기 위해 건물에 매달아 놓은 조직원들 앞에 나타나 "이 사람들은 아녜요"라고 단언하고 그 중 진짜 배신자를 딱 지목한 후,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냐고 할 때 목솔희(김소현)라는 이 문제적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예요."

목솔희는 예사롭지 않은 이름에서 벌써 느껴지듯이, 목소리를 듣고 그것이 진실인지 가짜인지를 알아듣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엄마의 간절한 기도 덕분에(?) 이 능력을 갖게 된 솔희는 그 능력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진실을 알고 싶은 의뢰인들에게 그 진위 여부를 알려주는 것으로 돈을 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는 저 '세상은 요지경'의 가사처럼 '짜가'가 판을 친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는 남자도 있고, 곧 지하철이 뚫린다고 거짓말을 하며 부동산 사기를 치려는 이도 있다. 그러니 누군가 하는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를 판별해주는 일이 돈이 되는 건 역설적이게도 세상이 거짓투성이여서다.

그런 세상에서 돈을 벌어 건물 하나 올릴 때까지만 하겠다는 솔희는 그래서 부유하긴 하지만 어딘가 헛헛하다. 세상이 믿을 만하지 않다는 걸 그만큼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그의 능력은 돈을 벌어주긴 하지만, 그럴수록 그가 느끼는 건 세상에 대한 혐오다. 그런 그에게 김도하(황민현)라는 또 한 명의 문제적 인물이 나타난다.

그는 잘 나가는 작곡가이지만 5년 전 살인용의자가 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무혐의였지만 세상은 자신을 살인자로 몰아세웠고 그의 신상은 인터넷에 퍼져버렸다. 그래서 그는 숨어들었다. 거의 집 안에서 생활하고 집 밖으로 나올 때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살아간다. 대인기피증이 생긴 것. 그 역시 거짓 가득한 세상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고, 그래서 거기서 늘 도망치는 중이다.

또 한 번 치한으로 몰려 마을 사람들 앞에서 마스크가 벗겨질 위기에 놓였을 때 한 여자가 나선다. 솔희다. "이 사람 아닌데. 범인 아니라고요." 뭘 믿고 그런 이야기를 하냐는 이들에게 솔희는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예요"라고 늘 하던 말을 던진다. 그런데 그 순간 김도하의 표정은 미묘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군데 대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며 단언하고 나서는지 의아해지지 않겠나.

그건 솔희의 능력 때문이긴 하지만, 이렇게 그가 김도하와 마주하는 순간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가 시작된다.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세상에 던져진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거짓투성이라는 걸 가장 잘 알고 있고, 한 사람은 바로 그런 거짓 때문에 억울한 누명 속에서 숨어 살아야 한다. 그 속에서 거짓을 말하지 않는 진실된 존재와 그걸 알아봐주는 존재의 만남. <소용없어 거짓말>이 그리는 로맨스에 깔린 독특한 지점이다.

이 드라마는 그래서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동시에 우리네 세상에 점점 사라져가는 신뢰나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예요"라는 솔희의 습관처럼 붙은 말이 그걸 이야기해준다. 그건 진실의 문제가 아니라 더 이상 사람 간의 믿음이 사라져버린 세상의 문제를 꺼내놓는다. 믿을 수 없는 세상에 그냥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그 위로와 공감의 판타지를 이 드라마는 우리 앞에 불쑥 내놓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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