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있어도 유명무실"…건설노조, 폭염법 제정 촉구

이영민 2023. 8. 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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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도 서울에서 60대 건설노동자 한 명이 열사병으로 쓰러졌습니다. 아내와 딸을 알아보지도 못했고, 뇌경색 진단을 받은 뒤 지금까지 의식이 없습니다."

건설노조는 고용노동부의 열사병 예방수칙은 강제력이 없어 실제 현장에서 무시되기 일쑤라며 정부에 '폭염법 제정'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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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
폭염기 오후 2~5시 작업 중단 없어
노동자의 74%는 어지럼증 호소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이 원인"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지난주에도 서울에서 60대 건설노동자 한 명이 열사병으로 쓰러졌습니다. 아내와 딸을 알아보지도 못했고, 뇌경색 진단을 받은 뒤 지금까지 의식이 없습니다.”

건설노조가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건설현장의 폭염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이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건설현장의 온열질환 실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건설노조는 고용노동부의 열사병 예방수칙은 강제력이 없어 실제 현장에서 무시되기 일쑤라며 정부에 ‘폭염법 제정’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선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폭염 피해 증언이 이어졌다. 형틀작업 노동자인 이창배씨는 “건설현장에서 열사병은 생기면 하루 쉬고 돌아가고 말 것이 아닌 문제임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번 쓰러지면 검사를 해서 빠르게 대처하면 좋은데 이게 늦어져서 한 가정의 생계가 위험한 상황”이라며 “건설노동자는 8~9시간 동안 뙤약볕에서 일하지만 충분한 휴식시간과 그늘막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26년째 철근노동자로 일해온 장석문씨는 “30도가 넘는 날씨에는 양철 바닥에서 열이 올라오고 들고 나르는 철근도 달궈져 뜨겁다”며 “지금도 현장에선 일사병과 열사병으로 많이 실려간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된 야외 폭염대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정부에 호소했다.

고용노동부는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가이드’에서 이틀 이상 체감온도 35℃ 이상의 고온이 유지되면 작업자에게 시원한 물을 제공하고, 매시간 15분씩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선 고용부의 가이드라인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노조가 지난 31일부터 1일까지 이틀간 건설노동자 3206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2%는 체감온도가 35℃ 이상인 날에도 무더위 시간에 중단 없이 일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의 응답률(58.5%)보다 22.7%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61.5%는 “고용부의 가이드라인은 법제화되지 않아 있으나 마나하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 10명 중 7명(74%)은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으며 2명 중 1명(55%)은 폭염으로 본인이나 동료가 실신하는 등 이상징후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강한수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고열작업은 사측이 노동자에 대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게 돼 있지만 야외작업은 이 고열작업에서 제외된다”며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권고가 지켜지지 않을 현실이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노동자의 야외 옥외작업을 고열작업으로 규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길 고용부에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건설노조원들은 기자회견 직후 산업안전보건법에 옥외작업의 온열질환 예방대책을 반영하라며 안전모에 얼음물을 받아 뒤집어쓰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이영민 (yml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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