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투자한 해외 부동산·펀드…커지는 손실 우려
홍콩H지수 기초 ELS 등 파생상품 손실도 가시화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국내 금융그룹사들이 투자한 해외 상업용 빌딩과 주가연계증권(ELS) 등 상품이 시장가격 하락으로 잇달아 손실을 보고 있다. 각사는 현재까지 투자 총액 대비 부실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으로 향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그룹의 해외부동산 투자액은 20조원대 규모로 추산된다. 그룹사별로는 KB금융 5조9000억원, 하나금융 4조6000억원, 신한금융 4조원 등이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홍콩 오피스빌딩 펀드가 손실을 보면서 최근 진행된 4대 금융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해외부동산 리스크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KB증권과 새마을금고가 투자한 영국 런던 오피스빌딩도 대형 손실이 나는 등 국내 금융사들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에서 잇달아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상황이다.
최철수 KB금융지주 리스크관리총괄(CRO) 부사장은 "그룹 전체적으로 해외 산업용 부동산 투자가 지금 약 5조9000억원 정도 있다"며 "비즈니스가 발달한 미국하고 유럽 지역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한 금액 중에 약 3분의 2 이상이 은행을 통해서 나가 있는데 98%가 선순위 부동산 담보를 갖고 투자되고 있다"면서 "미리 건전성에 대해서 전수 점검을 했고, 그 과정에서 현재는 부실하지 않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서 부실이 예측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전관리 사업장이나 이슈 사업장으로 정해 집중관리를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주성 하나금융지주 부사장(CRO)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한 그룹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약 4조6000억원"이라며 "증권이 2조4000억원, 은행이 1조3000억원 수준이고 지역별로는 미국, 유럽이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오피스 빌딩이 절반 정도고 나머지는 물류센터, 호텔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언급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에 있는 부동산과 관련해 정밀 점검을 실시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부실화 우려가 있는 투자 건에 대해서는 대주단이나 자산관리사와 긴밀하게 협의해 정상화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방동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CRO)은 "그룹의 해외부동산 투자금액이 전체 4조원 정도 된다"며 "이 중 고정이하(여신)는 100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방 부사장은 "대부분 호텔이고 지역별로는 미주 2조9000억원, 유럽 8000억원, 그 외 나머지 지역"이라면서 "전수 조사를 했고 집중 관리해 나갈 것이다. 실제 실사를 나가고 앞으로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장근 우리금융지주 상무(CRO)는 손실이 난 홍콩 부동산 펀드와 관련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관련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자율조정을 결의하고 펀드 판매액의 약 70% 해당하는 약 540억원의 기타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도심의 신축 건물에 선순위로 들어갔지만, 증권사나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구축에 후순위로 들어간 게 많다"며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도 공실률이 늘어나는 호텔이나 빌딩에 투자한 경우 앞으로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해외 부동산과 함께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홍콩발 ELS 이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이하 홍콩H지수)가 떨어지면서 국내 금융사들이 판매한 ELS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은 16조원 규모에 달한다.
홍콩H지수 연계 ELS는 올 하반기 2조3000억원, 내년 13조9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돌아온다. ELS의 만기는 보통 3년으로 대부분 증시가 호황이던 2020년 말~2021년에 발행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2월 1만2000선을 돌파한 뒤 하락세를 지속했다. 올해 1월 7700대에서 최근 6800선까지 떨어졌다. 이에 고점에서 상투를 잡은 투자자들은 만기 도래 시 원금 손실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ELS를 주가연계펀드(ELF)나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판매해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F와 ELT는 내년 약 13조6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한다.
최근 한 시중은행에서 2년여 전 판매해 만기가 도래한 홍콩H지수 기초 ELF는 40억원의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투자 원금 103억원 중 약 40%에 해당하는 금액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통 3년 만기로 투자 당시보다 지수가 60% 아래로 가면 손실이 발생한다"며 "지난달(7월) 만기는 2021년 1월에 발행되고 만기 2년6개월로 손실이 확정된 거 같은데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문제는 2021년 1~2월 고점에서 발행된 3조원 물량이 내년 1~2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이라며 "내년 1~2월에 지수가 투자 당시 대비 60% 이하라면 손실이 발생한다. 2021년 3~4월 이후 발행된 물량들은 당시 지수가 지속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만기 도래 시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덜하다"고 진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이 온갖 정책을 동원해 내수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지수 회복에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향후 손실 규모가 달렸다"며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증시 지수를 기초로 한 상품들도 비슷한 구조로 짜여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글로벌 시장 흐름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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