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아주 만약에 LG가 AG 대표팀 선수를 ‘트레이드’ 영입했다면
실제로 벌어진 일은 아니다. 국내프로야구 환경을 보자면 발생 가능성이 큰 일 또한 아니었다. 그래서 심각하게 접근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에, 아주 만약에 가정 속의 트레이드가 실제 성사됐다면 리그 전체에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이 이어질 뻔했다. 원칙적으로 한번 복기할 만한 이유다.
프로야구 LG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이틀 앞둔 지난 7월31일 키움으로부터 투수 최원태를 영입했다. 최원태는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와일드카드 후보군에 있었지만, 최종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10개 구단은 이번 아시안게임 발탁 대상을 25세 이하(와일드카드 3명 29세 이하)로 묶으면서 팀별 차출 인원도 최대 3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중단 없이 리그를 진행하는 점을 고려해 팀별 전력 누수 편차를 최소화하려는 취지였다.
LG는 고우석과 정우영, 문보경 등 팀에 할당된 엔트리를 모두 채운 상황. 그런데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마운드 보강에 나섰던 LG가 행여라도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이미 포함된 특정 투수 영입을 위해 움직였다면, 또 그런 거래를 실제 성사시켰다면 대표팀 엔트리는 어떻게 정리되는 것일까. 이론적인 얘기지만, LG가 아니더라도 이미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 인원 3명을 채운 구단이 같은 경우에 직면했다면, 이를 해결할 ‘합의 사항’은 없었다.
KBO리그와 대표팀을 모두 살리자는 차원에서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규정을 만들었던 각 구단들은 6월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탁 뒤 7월 중 발생할 수 있는 트레이드 변수까지는 내다보지 못했다.
한 구단 단장은 “사실, 그 점은 살피지 못했다. 논의 대상에는 없던 내용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KBO 역시 대표팀 차출 규정을 만들면서 트레이드 관련 예외 규정까진 계산에 넣지 못했다.
대부분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짐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트레이드 문화와 정서가 리그 ‘리딩 그룹’인 각 구단 수뇌부에게 공통적으로 배어있는 결과로도 보인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도 대표팀에 들어갈 만한 수준의 선수들이 시즌 중 트레이드되는 일은 국내 리그에서는 굉장히 드물다. 단일리그, 게다가 5위까지는 가을야구 진출 길이 열려있는 경쟁 구도에서 어느 팀도 시즌 중에는 주요선수를 쉽게 바꾸지 못한다.
그렇다고 아주 불가한 일은 아니다. LG 역시 결과적으로는 대표팀에 들어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투수인 최원태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규정 시효는 이번 대회까지로, 추후 국제대회에서는 그에 맞는 새로운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논란이 될 만한 일은 없었다. 다만 관계자 모두가 다음 대회 준비 과정에서는 이것저것 살필 점이 더 많다는 것만큼은 확인한 계기는 됐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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