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어려운 '원서접수'…정보 격차에 사교육 의존도↑ [사교육 심층진단 5편]
[EBS 뉴스12]
사교육비 연속보도, 이어갑니다.
학생들의 입시에서 가장 힘든 건, 내 점수로 어느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예측이 너무 어렵다는 겁니다.
비교적 전형이 간단한 정시모집에서도 대학마다 성적 반영 방식이 천차만별인데요.
오죽하면 입시가 도박 같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불안은 더해지고, 고액 사교육이 번식할 토대가 됩니다.
금창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험생들이 대입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수시 6번, 정시 3번, 딱 아홉 장입니다.
그런데 대학마다 적어도 대여섯 개의 전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시모집은 워낙에 다양하고, 수능 위주 전형인 정시모집조차 대학마다 산출한 환산점수를 쓰면서, 변수가 많아졌습니다.
혼자서는 원서를 쓸 엄두조차 내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고3 학부모 / 서울 양천구
"정답이 없는 그런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인하대다 서울대다 무슨 대학이다 하면 그 학교마다 입시요강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거에 맞게끔 준비를 해야 되는데…."
다급한 수험생들은 사교육에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소수 정예, 맞춤형을 강조하는 입시 컨설팅 비용은 대체로 교과 학원보다 비쌉니다.
기본적인 상담조차 입금을 전제로 이뤄지는 불공정 영업도 비일비재합니다.
인터뷰: 입시 컨설팅 학원 관계자
"일단은 비용 부담이 있으세요. 40만 원을 입금시켜 주시면 담당 선생님이 1시간 안에 전화드릴 거예요. 전화 예약이 아니라 입금 순으로 (상담) 시간 예약을 지금 잡고 있어요."
이런 가운데, 최상위권 수험생을 독점한 대형학원은 컨설팅 시장에서도 유리해졌습니다.
수강생 점수를 표본으로 지원 대학 분포를 파악할 수 있어서, 합격 예측도 쉽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 재수 종합학원은 지난해 입시에서 상위 6개 의대 정시 입학정원 162명 가운데 90명을 배출했다고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사교육이 수집한 정보가 또 다른 상품으로 이어지는 구좁니다.
인터뷰: 문호진 2028 대입 포럼 연구원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개별적으로 학생들이 입시전형을 알고 대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의대가 40개인데 근데 이제 다 반영 방식이 다르고 근데 이제 그것도 매년 기준이 달라지고 근데 그중에서도 이제 원서접수 직전에야 기준이 뭔지 알려주는 곳들도 있고 하니까…."
원서접수와 관련된 컨설팅 시장은 해마다 커져서, (올해 1월) 기준, 서울시교육청에 진로진학 명목으로 신고된 교습 과정이 4천9백 건에 이르는 상황.
이 가운데는 국내 대학 진학을 위한 학생부 관리 명목으로 한 달에 무려 830만 원을 받는 학원도 있었습니다.
고가의 컨설팅 시장을 정상화하려면, 누구나 쉽게 입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대학마다 복잡한 성적 반영 방식 등을 고칠 필요도 있습니다.
EBS 뉴스 금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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