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물가라지만 국민 부담 여전… ‘끓는 지구’ 악재까지 “안심 일러”

세종=전준범 기자 2023. 8. 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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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3%지만
폭우 여파로 상추 등 채소류 ‘급등’
“장보기 겁나” 체감물가 부담 여전
전쟁 장기화에 펄펄 끓는 지구까지
정부 “할인행사 등 가격 안정 노력”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에 이어 7월에도 2%대를 유지하며 하향 안정 흐름을 이어갔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아 물가 당국이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쏟아진 폭우로 상추·시금치 등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진 탓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기상 이변 등에 따른 국제 곡물 가격의 고공비행도 국내 가공식품 가격에 상방 압력을 지속해서 가하고 있다.

정부는 집중호우에 이어 시작된 폭염과 다음 달 태풍이 농산물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또 유통업체와 함께 공급 확대, 할인 지원 등의 대책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폭우 영향으로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오른 7월 24일 서울 경동시장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 상추·배추·시금치·깻잎 등 일제히 급등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5% 하락했다. 하지만 전월(6월)과 비교해 보면 1.7% 올랐다. 특히 채소류가 7.1%나 올랐다. 지난달 전국 곳곳에서 인명·재산 피해를 낸 폭우의 영향으로 상추(83.3%)·시금치(66.9%)·열무(55.3%) 등의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장바구니 물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음에도 많은 국민은 괴리감을 느끼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거주하는 가정주부 김서경(67) 씨는 “정부가 매월 발표하는 물가 지표는 분명 꾸준히 내려가고 있는데, 동네 마트나 시장에 가보면 식재료 가격이 여전히 비싸 (물가 하락을)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적상추 4㎏당 도매가격은 평균 7만3740원으로 4주 전의 1만9740원보다 273.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얼갈이배추는 4㎏당 평균 7512원에서 1만4060원으로 87.2% 치솟았다. 이 밖에 시금치(179.6%)와 깻잎(112.9%), 애호박(117.2%) 등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상추 등 시설 채소의 피해가 컸다. 총 3만5392헥타르(ha)의 농작물이 침수되고, 가축 87만2000마리가 폐사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삼겹살 평균 소매 가격은 100g 기준 2689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36원 올랐다. 목살 가격도 2523원으로 같은 기간 53원 솟구쳤다.

8월 1일 폭염 경보가 발효된 전북 부안군 하서면에서 한 외국인이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 끓는 지구에 상방 압력받는 국제 곡물 가격

폭우는 지나갔으나 8월 들어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시작됐다는 사실은 농산물 물가에 계속 악재다. 폭염으로 채소류 이파리가 녹아내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출하량이 줄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먹거리 수요가 늘어나는 휴가철이나 9월 추석 명절 시즌과 맞물리면 먹거리 상승 압박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우려스러운 건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폭염 수준이다. 지난달 27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끓는 지구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온난화라는 표현보다 끓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글로벌 기후 변화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이 수해를 입는 동안 미국 플로리다의 바다 온도는 38도, 이탈리아 로마의 수은주는 41.8도까지 치솟았다.

부글부글 끓는 기후 이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자극해 놓은 국제 곡물 가격에 추가 압력을 가하고 있다. 7월 25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선물시장에서 밀 가격은 부셸(1부셸=27.2㎏)당 7.7달러에 거래됐다. 2월 21일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아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6월 설탕 가격 지수는 152.2로 집계됐다. 올해 1월 116.8과 비교해 30.3% 오른 수치다.

이는 국내 빵·라면·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 흐름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이달 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유통업계에 “지나친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자체 할인행사를 추진하는 등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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