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소주? 다좋은데, 그럼 뭐가 오를까.. "부담은 부담대로, 힘드네"
대형 유통업체 등.. 마케팅·집객효과 기대
구체적 계획 "검토 중".. 정책 향방 '관건'
자영업자 "마진 한계, 음식값 인상 우려"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음식점과 마트 등 소매점에서 소주·맥주 등 각종 주류를 공급가보다 싸게 팔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각각인데다 명암이 엇갈립니다.
도매형 대형판매상 등 마트, 그리고 제조·공급사인 주류업계는 새로운 마케팅이나 매출 증진에 호기로 보는 반면, 일반 대중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내놓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주류 유통채널 현장에서 할인 판매 등 구체적 움직임이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우선 전반적인 정부 정책 추이를 지켜보는 단계로, 앞으로 정책 의도에 따라 관련된 이벤트성 행사나 대응에 나설 것이란 관측 정도가 타진됩니다.
오늘(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28일 한국주류산업협회 등 5개 주류사업 관련 단체에 “식당, 마트 등 소매업자가 소비자에게 술을 구입가격 이하로 판매할 수 있다”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했습니다.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염가(덤핑) 판매나 거래처에 할인 비용을 전가하는 부정행위를 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할인판매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한 것으로, 이는 소매점의 술값 할인을 유도해 물가 안정을 꾀하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현행 국세청 고시는 소매업자가 주류를 실제 구입가격 이하로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했습니다.
소매점에서 술을 지나치게 싸게 판매한 뒤 발생한 손실을 도매업체로부터 보전받는 방식 등 편법 거래를 막기 위한 목적이지만, 국세청은 이번 안내를 통해 덤핑 판매 등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방식의 거래만 아니면, 식당 또는 마트 등 소매업자들이 술값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판매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제안했습니다.
현재 주류 제조사는 소주 1병을 도매상에 1,100원~1,200원대(세금 포함)에 납품하고 도매상은 여기에 유류비, 운송비, 인건비, 운영비, 마진 등을 더해 25% 정도 높은 1,400원~1,500원을 받고 마트나 일반 주점 등 소매점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급받는 소주는 통상 마트에선 1,500~1,600원, 음식점에선 4,000원~6,000원 선에 판매됐습니다.
이번 유권해석으로 음식점에서 1,500원 내외에 구매한 소주 1병을 마케팅 등 차원에서 1,000원에 판매하는게 가능해지고, 대형마트도 공급가보다 더 싸게 팔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관련해 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는 일단 정부 방침을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주 등 주류는 오프라인 등 현장에서 구매가 가능한 만큼, 할인 판매할 계기만 생긴다면 수요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다른 마트 관계자도 “원가 이하 판매 가이드가 구체적으로 마련되면 마트가 자체적인 할인 이벤트 등을 통해서 충분히 적절한 가격 폭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가격 할인 폭을 낮춰도 병당 몇백 원 수준의 파격적인 가격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마트 한 관계자는 “소주 등 주류 자체가 워낙 수요층이 넓어, 할인 폭이 너무 커진다면 입점객이 늘어도 오히려 적자 폭을 키우는 악영향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서 “손익분기점 책정이 가장 관건이 될 것”으로 전했습니다.
관련해 주류 제조사들도 비슷한 입장들을 내놨습니다.
일부 대형 주류사 측에선 기본적인 출고가 자체는 큰 변동이 없어, 수요층 확대를 전제로 마트와 음식점 등에서 주문 자체가 늘 것으로 예상한다면 출고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자연스레 매출 증진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같은 긍정적인 반응에도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관련 주류유통업계는 구체적인 할인 계획이나 이벤트를 내놓진 않고 있습니다.
일부 일시적 이벤트나 가격 인하 행사는 할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상시 가격 인하에 나설 경우, 인하 부담을 모두 업계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관련해 업계 일각에선 관련 내용들을 검토하는 단계로, 향후 정부의 물가 안정대책 추이를 지켜보면서 정책 의도에 부응한 할인 계획과 구체적인 이벤트를 진행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같은 긍정적인 반응과 달리, 음식점을 경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경우 걱정에 부담 섞인 우려가 쏟아지는 실정입니다.
각종 비용 상승요인들이 산적한 마당에, 경쟁만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고 자칫 음식값 인상 등으로 파장이 번질 상황까지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 국세청 안내와 관련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심의 한 포털 커뮤니티에선 “앞으로 술로 마진을 남기는게 힘들어질 것”이란 반응을 비롯해 “술로 가격 경쟁 붙으면 결국 자영업자들끼리 더 힘들어지는게 아니냐”, “주류세 인하 등 근본적인 개선 없이, 할인만 부추겨서야 가게에서 술을 판매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 과연 좋은 점이 1개라도 있을까”, “많이 못파는 자영업자들에겐 재룟값 인상에, 공공요금, 인건비 등 시급 인상 등 남는 것이 없어 부담이 더 커질 것”, “결국 제살 깎아먹는 경쟁”이라고 서로 는 얘기들이 줄줄이 게재되고 있습니다.
20여년 째 횟집을 운영 중인 김 모씨(62)씨는 “술을 무한정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가격을 내린다고 더 마시고 더 팔리는 것도 아니”라며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데, 주류 가격을 내리기가 쉬운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인근 또다른 식당 점주인 이 모씨(55)씨도 “혹 술을 싸게 판다고 하면, 결국 다른 메뉴에서 이를 보전할 방법을 찾아야할 지 모른다”면서 “결국 ‘여기’ 가격을 내려 ‘저기’에서 올리는 식이 되면 부담은 고스란히 손님에게 전가하는 상황이 될까 걱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더불어 일각에서는 술값 인하로 인한 업계간 과열 경쟁이 이처럼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자칫 소비자들의 주류 소비량 등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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