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추락한 호남에 귀환하는 올드보이들… 藥될까 毒될까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원로들’ 줄줄이 호남行
돈봉투·코인, 도덕성 논란에 텃밭서 ‘비상’
“올드보이 귀환은 과거로 회기” 우려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던 야권 ‘고참’ 중 일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호남 정계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 2016년 문재인 대표 체제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한 뒤 ‘호남 정당’인 국민의당에 합류했다가 복당한 이들이다.
이들은 지역 민심이 자신들의 복귀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치권에 인적 쇄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올드보이의 귀환에 대해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들이 수도권 등 험지가 아닌 텃밭을 노리는 것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호남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인물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전남 해남·완도·진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광주 서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전북 전주병), 유성엽 전 의원(전북 정읍·고창) 등이다. 과거 당대표를 역임했거나 3·4선까지 지냈고, 2016년 대거 탈당해 국민의당 소속으로 총선에서 당선된 사람들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해 12월 박 전 원장의 복당을 승인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에 따르면, 당시 최고위 의견은 찬반 동수였으나 이 대표가 ‘대통합’을 강조한 것을 고려해 만장일치로 수용했다고 한다. 같은 해 1월에는 정동영·천정배·유성엽·최경환·이용주 전 의원 등 734명이 민주당에 복당했다. 이들이 몸담았던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 민생당은 사실상 사라졌다.
현재 호남 상황은 민주당에 만만치 않다. 원로들도 ‘호남 위기설’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광주·전라 지역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34%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45%였다. 호남은 지난 대선 직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 70% 넘는 지지를 보냈던 지역이다.
조사가 이뤄진 기간은 전국적인 집중호우로 사상자가 발생한 때다.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깜짝 순방에 대해 ‘콘트롤타워 부재’를 비판했던 시기다. 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설명회에서 보도용 녹음과 촬영까지 금지해 국내 언론의 지적이 쏟아졌던 때다. 야당에 유리한 이슈가 넘치는데도 민주당 지지율로 이어지지 못할 만큼 텃밭 여론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극심해진 계파 갈등과 막말 파동,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수사,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논란 등 지지층의 피로감을 높이는 악재가 잇따랐던 결과다. 특히 지도부가 호남을 대변할 ‘상징적 인물’이란 차원에서 복당시킨 김홍걸 의원까지 코인 문제에 엮였다. 김 의원은 이후 “선친에게 받은 동교동 주택 상속세를 충당하려고 투자했다”고 해명해 논란을 더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올드보이’의 경륜이 호남 민심을 다독일 수 있다는 게 원로들의 주장이다. 박 전 원장은 “호남민들은 지역을 안정시키고 민심을 제대로 대변할 경륜 있는 의원이 없다는 점을 많이 지적한다”며 “전부 ‘뉴 페이스’뿐이고 정치적 존재감이 없으니 지역 발전에 크게 힘 쓰기 어렵다. 노장과 청년이 조화를 이뤄야 민심을 잘 듣고 정치도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올드보이들의 귀환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정도 무게가 되시는 분들은 그만 물러나는 게 전통이고 상식”이라며 “후배들에게 지역과 조직을 넘겨주고 도와줘야 할 분들이 후배들과 지역구 경쟁을 하겠다고 또 나오는 것 자체가 당에 악재”라고 했다.
수도권 지역 출마를 준비하는 원외 인사도 “원로들이 쉬운 곳에 또 출마한다는 것 자체가 당에 대한 비호감으로 이어진다”며 “호남 리스크가 호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당 전체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한편 해당 여론조사는 전화조사원 면접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4.9%(총 통화 6713명 중 1001명 응답완료)다. 설문지 문항, 통계보정기법 등 조사 관련 상세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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