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도’ 이란, 이틀간 임시 공휴일 선포

손우성 기자 2023. 8. 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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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건강 지키기 위해 공휴일 지정”
정부 기관·은행·학교 등 2~3일 폐쇄
가뭄·물 부족·에너지 대란 이어지자
시위 차단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일(현지시간) 한 택시기사가 얼굴에 물을 부으며 열을 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연일 5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이란 정부가 1일(현지시간) 이틀 간의 공휴일을 선포하고 공공기관 운영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기후학자들은 앞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50도 안팎의 폭염은 더욱 빈번해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바하도리 자흐로미아스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이날 “보건부가 폭염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2일과 3일을 휴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고 각료들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모든 정부 기관과 은행, 학교는 이틀간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란 프로축구 경기도 취소됐다.

보건부는 별도의 공지를 통해 “열사병 위험이 큰 노인과 어린이,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실내에 머무르기를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더위를 이유로 국가 시스템을 전부 멈춰 세운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2일과 3일 서남부 일부 지역 낮 최고 기온은 50도를 넘길 것으로 관측됐다. 수도 테헤란도 4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가 예상된다. 이미 남부 아흐바즈는 전날 51도를 기록했다. 심각한 물 부족을 겪는 서남부 시스탄과 발루치스탄 지역에선 1000명이 넘는 온열 질환 환자가 발생했다.

외신들은 원래 전 세계에서 강수량이 적고 건조한 날씨로 유명한 이란이지만, 올해 더위는 역대 최악 수준이라고 전했다. 독일 도이체벨레는 “과학자들은 기후 위기, 특히 가뭄이 이란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오랜 기간 경고해왔다”며 “설상가상으로 대기 오염과 남부 지역의 모래 폭풍까지 겹친 상태”라고 보도했다.

기후학자들은 앞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50도 안팎의 폭염이 더욱 빈번해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웃국가 이라크도 최근 몇 년간 폭염으로 해마다 임시 공휴일을 지정해왔으며, 지난해에는 기온이 51도까지 치솟자 공휴일 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

지난 4월 영국 의학저널 란셋에 실린 논문은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현재의 10만명당 2명에서 2080년 이후에는 10만명당 123명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란의 폭염 재난 사태가 무더운 날씨 탓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이란 정부의 수자원 관리 부실이 더위로 인한 위기를 더욱 악화했다”며 “시스탄과 발루치스탄과 같은 가난한 지역에선 에어컨을 살 수도 없고 깨끗한 식수를 마실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 무능한 행정·뒤틀린 정치가 빚은 이란 물 부족 사태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306221628001

여기에 에너지 대란까지 덮쳤다. 이란 에너지부는 이날 전기 사용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최소 2개의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도시에선 정전이 발생했다.

이에 이란 당국이 성난 민심을 다독이고 대규모 시위를 막기 위해 급히 공휴일을 지정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도이체벨레는 “중부 디반다레 주민들이 식수 부족과 단수 조처에 항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란 테자라트뉴스의 마르지예 마흐무디 편집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일과 3일 국가가 문을 닫는 이유는 더위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이란 정치학자 아타올라 하페지는 “국가 폐쇄가 정말 더위 때문인가?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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