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뿐만이 아니다…韓벤처 찾던 글로벌 큰손들, 日 주목하는 이유
낮은 기업가치·엔화 약세·정부 지원 삼박자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일본 진출에 시동을 거는 한국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일본 벤처투자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다 기시다 정부가 경제 전반의 효율성·생산성 제고를 위해 사회 각 분야의 디지털전환(DX)에 속도를 내면서 새로운 먹거리가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투자혹한기로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자금경색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일본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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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분위기를 역행하는 곳이 있다. 일본이다. 일본 VC들은 적극적으로 투자처 발굴에 나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LP들이 일본 벤처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KPMG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 벤처투자액은 6억9000만달러(약 8835억원)으로 전분기(2022년 4분기) 대비 1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벤처투자액이 860억달러에서 573억달러로 33.4% 급감한 걸 감안하면 고무적이다. 각국 수치를 따져봐도 벤처투자액이 증가한 건 일본이 유일하다. 벤처투자 혹한기의 터널을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야마자키 타이세이 듄캐피탈 디렉터는 현재 일본 벤처투자 시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일본 벤처펀드 LP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0.8%(2023년 1분기 기준)에 불과하다. 20%대인 미국과 유럽은 물론 4.5%인 한국과 비교해도 미미하다. 그만큼 일본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그러나 최근 이런 흐름은 바뀌고 있다. 올해 6월말 일본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IVS2023 교토'에는 1만명이 넘는 글로벌 스타트업 창업자와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몰렸다. 역대 최대다.
한상현 팍샤캐피털 파트너 역시 "중간값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일본에서 시리즈 C 단계 스타트업이 조달하는 금액은 3억7000만엔(약 34억원) 수준"이라며 "모든 기업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같은 투자 라운드 단계에 있는 한국 스타트업과 비교해서는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낮은 IPO(기업공개) 문턱이다. 에비하라 히데유키 팍샤캐피탈 파트너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일본 IPO 요건은 낮은 편"이라며 "스타트업의 IPO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 이후 미국이나 중국처럼 드라마틱한 시가총액 상승세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안정적인 엑시트(투자회수) 기회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하기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3월 100엔당 1191.34원까지 올랐던 엔화는 최근 100엔당 895.18원(2023년 8월2일)까지 떨어졌다.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흐름에도 일본은행(BOJ) 나홀로 통화 완화정책을 편 결과다. 전 세계 엔화가 넘쳐나자 엔화가치가 급락한 것.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벤처투자 지원 계획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5개년 스타트업 육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10조엔(약 90조791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야마자키 디렉터는 "예산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지 다양한 논의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정책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어 정부 지원책의 훈풍을 느끼려면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널톡 전체 매출의 약 20%는 일본에서 나온다. 일본 내 고객사만 1만4000곳이 넘는다. 스푼라디오의 경우 이미 일본이 매출과 트래픽 등 주요 핵심성과지표(KPI)면에서 한국을 추월했다.
나츠메 공동창업자는 "두 기업은 일본에서 한국에 뿌리를 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현지화를 잘 이뤘다"며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접근한다는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력이 높은 일본을 토대로 탄탄한 실적을 쌓고 다른 국가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일본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엔터테인먼트다. 야마자키 디렉터는 "최근 일본의 화두는 '글로벌 진출'이다. 특히, BTS와 뉴진스 등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 전략에 관심이 많다"며 "일본 대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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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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