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폄하` 김은경,3억 연봉 꿀직장 "치욕"…언론 탓, "내 잘못 아냐"
하지만 발언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언론에 대한 유감에 더 방점 찍힌 듯
대통령 직함 빼고 "윤석열 밑에서 임기 마쳐 엄청 치욕적…분노 일어서 혁신위원장 수락"
與, "윤 정부하에서 연봉 3억 '꿀직장' 임기 채우곤 치욕 운운"
노인 폄하 발언보다 더 심각한건 반헌법적 사고..."법학자 맞나?"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일파만파다. 김 위원장이 1일 "노인 폄하 의도는 없었다. 마음 상한 분들 있다면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진정성있는 사과가 아니라는 얘기가 적지 않다. 여전히 일부 언론을 탓하며 내 잘못이 아니라는 데 더 방점이 찍혀 있다는 분석이다. '노인 폄하' 발언도 문제지만 로스쿨 교수 출신의 법학자라는 인물이 인류가 오랜 세월 투쟁을 거쳐 쟁취한 보통·평등·직접·비밀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4대 선거원칙을 정면으로 부인했다는 데 더 심각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정성 일도 없는 김 위원장의 유감…무엇에 대한 유감인지도 명확하지 않아
김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노인 폄하' 논란 발언과 관련, "(애초 발언의) 앞뒤를 자르고 맥락 연결을 이상하게 해서 노인 폄하인 것처럼 말씀을 하는데 그럴 의사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인천시당 사무실에서 열린 '인천시민과의 대화'에서 고령의 한 참석자가 "노인 폄하 발언을 했다는데 그 진위가 무엇이냐"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어 "제가 곧 60세다. 저도 노인 반열에 들어가는데 무슨 노인을 폄하하겠느냐"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오해의 여지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여움을 풀었으면 좋겠다"며 "혹시 마음 상한 분들이 있다고 하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별도로 입장을 낼 계획이냐'라는 질문에 "아까 이미 말씀드렸다. 유감스럽다고 한 것으로 된 것"이라고 답했다. 또 "전혀 그런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 그냥 아이의 이야기를 (전)한 것이다. 그 뜻 그대로만 받아달라"고 덧붙였다.
혁신위가 이날 공식 사과를 거부하며 논란이 당 안팎으로 커지자 직접 해명에 나서는 동시에 '유감 표명'을 한 것이다.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도 간담회 후 취재진에게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잘못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느냐"며 "위원장도 그런 것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유감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가 국민의힘에 사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해한 분들에 대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위원장은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발언을 중학생의 발언으로 교묘히 '바꿔치기'
하지만 혁신위가 지난 7월 31일에 밝힌 김 위원장의 발언 전문을 보면, 김 위원장의 유감 발언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일부 언론의 '가짜 뉴스' 보도에 대한 유감으로 비춰진다는 해석이다. 혁신위가 밝힌 김 위원장의 발언 전문은
"둘째 아이가 22살 된지 얼마 안된 아이인데, 중학교 1학년인지, 2학년 때 저에게 이런 질문을 했어요. 왜 나이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 그러는 거예요. 자기가 생각할 때는 평균 여명을 얼마라고 보았을 때 자기 나이부터 평균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거죠. (중학생이 보기엔) 그 말은 되게 합리적이죠. 근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문제를 제기한) 그게 참 맞는 말이에요. 아들은 우리 미래가 훨씬 긴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과 똑같이 표결을 하냐는 거죠.( 그래서 아들에게) 되게 합리적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 선거권이 있으니까 그럴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투표장에 젊은 분들이 나와야 의사가 표시된다라고 결론을 내린 기억이 나요." 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괄호 안이다. 발언하지도 않은 말을 괄호를 쳐서 넣음으로써 자신의 말이나 생각이 아니라 둘째 아이의 말과 생각이라고 바꿨다. 김 위원장의 실제 발언은 "그 말은 되게 합리적이죠"였는데 공개한 전문엔 (중학생이 보기엔)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당초 자신의 말을 아이인 중학생이 한 말로 둔갑시킨 '조작'의 전형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평균 여명에 근거해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아들의 생각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인 것을 얼렁뚱당 아이의 말로 '퉁치는' 수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정부 출범 이후 1년 가까이 연봉 3억 금감원 부원장 자리 꿰차고 있었으면서도 "치욕스러웠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칭할 때 '대통령' 직함을 아예 쓰지 않았다. 혁신위원장직 수락 배경을 설명하면서는 "(금융감독원 부원장 시절) 윤석열 밑에서 통치받는 게 너무 창피했다. 분노가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 때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임명받았다가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고 했다.
또 "최근 학계에 무슨 일이 있냐면 윤석열이 전문가들을 다 당기고 있다. 다 갖다 꽂아 넣는 것이다. 학회를 통째로 해서"라며 "그러다 보니 자기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안 끼어들어 가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2일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의 '치욕' 발언을 두고 "노인 폄하 망언을 덮으려 본색을 드러냈다"며 "공직자의 자질 부족만 자백한 셈"이라고 적었다.
박 의장은 "누가 (임기를 마쳐달라고) 잡았느냐"고 따져 물은 뒤 "일반 국민은 꿈도 꾸기 어려운 고위직을,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스스로 임기를 꽉 채워 퇴임하고 이제 와서 치욕 운운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으냐"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 밑에서 일하는 것을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공직자가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치욕 감추고 녹봉 타 먹는 제2, 제3의 김은경이 있다면 그만 내려놓으라"고 쏘아붙였다.
박 의장은 김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지칭하면서 '대통령' 직함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의 주권 행사로 선출된 대통령께, 그리고 국민들께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역시 SNS에 "김 위원장이 맡았던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 자리는 연봉 3억원으로 손꼽히는 '꿀직장'"이라며 "국민들 눈에는 좋은 자리 내려놓기 아쉬워 구질구질하게 버티면서 임기를 다 채운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비꼬았다.
윤희석 대변인도 "월급 꼬박꼬박 받으며 '알 박기'로 잘 지내다가 이제 와서 그 세월은 치욕이라 분노가 치밀었다니, 그 편리한 인식 구조가 부럽기까지 하다"고 논평했다.
이용호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인식이나 기본 소양, 지식 자체가 정치권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며 "김 위원장은 당장 국민 앞에서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 (김 위원장 발언을 지지한) 양이 의원도 사과하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인1표 민주주의 기본원리도 모르는데 법학자 맞나"
김은경 위원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로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감독원 부원장(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지냈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 "노인 폄하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오랜 역사동안 인류가 투쟁해 확보한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깡그리 무너뜨리는 반(反) 헌법적 사고와 행태"라며 "법학자라는 경력이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나이가 들었다고 1인 1표를 주지 말고 0.5표만 주자거나, 아예 투표권을 뺏자는 것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독재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말은 생각에서 나온다. 생각이 그렇지 않는데 다른 말이 나올 수가 없다. 생각은 말로 이어지고, 말은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늘 언행(言行)을 조심해야 한다"고 가르쳐왔다.
동양의 오랜 정치 사상은 대학(大學)에서 말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로 요약된다. 자신을 먼저 닦은 후 집을 다스리고, 제후국과 천하의 정치를 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개인의 수양을 강조했다. 엉터리 리더나 정치가가 한 사회나 국가를 일순간에 나락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양심이 있다면 미래세대를 입에 올릴 순 없다. 문재인 정권 시절 400조원이 넘게 나라빚을 늘려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남겼다. 또 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전혀 동조하고 있지 않다. 미래세대를 착취한 민주당이 미래세대를 위한다며 노인 폄하 발언을 한 것은 누가봐도 '코미디'일 수 밖에 없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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