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km 삼진에 타자도 깜짝…류현진은 그렇게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류현진이 426일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은 분명 희망을 던졌다.

류현진은 2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위치한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감격적인 순간이다. 지난 해 6월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을 마지막으로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재활에 매진했고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을 거쳐 이날 426일 만의 복귀전에 나섰다.

류현진이 상대한 볼티모어는 현재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는 팀으로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오랜만에 복귀전에 나서는 류현진으로선 버거울 수도 있는 상대. 그러나 류현진은 5이닝 9피안타 1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선방했다. 투구수는 80개였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에 관심이 모였던 것 중 하나는 바로 구속이었다. 물론 류현진은 구속으로 승부하는 투수는 아니다. 그러나 패스트볼 구속이 너무 느리면 변화구의 위력도 감소하는 법. 류현진은 최고 구속 91마일(146km)을 기록했고 90마일(145km)이 넘는 공도 5개를 던졌다.

류현진의 패스트볼이 가장 돋보였던 장면은 바로 3회초 거너 헨더슨을 삼진 아웃으로 처리할 때였다. 앞서 오스틴 헤이즈를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잡고 스스로 위기를 탈출한 류현진은 헨더슨과 승부에서 초구 90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바깥쪽 스트라이크로 꽂았고 볼카운트 1B 1S에서는 79마일(127km)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바로 91마일 포심 패스트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절묘한 투구를 펼친 류현진은 헨더슨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가뿐하게 이닝을 마쳤다. 헨더슨은 볼이라 판단하고 스윙을 하지 않았지만 구심의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그러자 헨더슨은 당황스러워 하면서 구심에 항의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으나 류현진의 투구는 분명 스트라이크를 가리키고 있었다.

▲ 류현진

▲ 류현진

▲ 거너 헨더슨

앞으로 류현진이 이런 투구가 많아진다면 부활의 가능성도 더욱 높아질 전망. 메이저리그 정상급 체인지업을 갖춘 투수이기에 90마일대 이상의 패스트볼로 타자의 허를 찌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류현진은 결국 6회초 헨더슨을 다시 만나 볼카운트 2B 2S에서 5구째 77마일(124km) 체인지업으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체인지업이 한 가운데로 몰리는 바람에 우월 솔로홈런을 맞고 말았다. 1년 여만에 빅리그 마운드로 돌아온 류현진으로선 힘이 부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헨더슨은 류현진이 마운드를 떠나자 더 펄펄 날았다. 이날 경기에서만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을 폭발했다.

어찌보면 승부의 단편일 수도 있지만 류현진이 헨더슨과 승부한 내용만 봐도 앞으로 투구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알 수 있게 한다. 류현진이 다음 등판에서도 146km 바깥쪽 직구로 헨더슨을 삼진 처리한 장면을 재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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