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고' 지휘계통 과실 확인됐나… 사단장 "모든 책임 지겠다"
징계 및 처벌 여부는 경찰 수사과정서 윤곽 잡힐 듯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도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고와 관련해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소장)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실상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채 상병이 구명조끼 등 최소한의 안전장비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에 따른 현장 지휘관 등의 책임 논란이 비등해지는 등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자 임 사단장이 직접 나서 '매듭'을 지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2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임 사단장은 지난달 28일 경북 포항 소재 1사단을 방문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중장)에게 채 상병 사고에 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단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임 사단장은 특히 김 사령관에게 "부하들은 선처해 달라"고 요청했고, 김 사령관은 "알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임 사단장은 현재 보직 해임되진 않은 상태라고 한다.
해병대 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오전 9시쯤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에선 지난주까지 현장 지휘관과 동료 부대원 등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고 발생 경위와 작전 중 안전 관리 등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였고, 곧 이 사건을 관할 지역 경찰은 경북경찰청에 이첩할 계획이다.
작년 7월부터 시행 중인 현행 '군사법원법'은 평시의 군인 사망 사건과 성범죄, 입대 전 범죄 등의 수사·재판은 군이 아닌 민간 사법기관이 담당토록 하고 있다.
당초 해병대 측은 채 상병 순직 경위 등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지난달 31일 언론에 공개하려다 '자칫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국방부 의견에 따라 취소했다.
이런 가운데 임 사단장이 해병대 자체 조사가 마무리될 무렵 사실상 사의를 표명하며 부하들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관련 조사를 통해 현장 지휘관을 비롯한 지휘계통상의 책임이 일정 부분 확인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에선 '과실치사' 혐의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이 일단 채 상병 순직과 관련한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만큼, 사고 당시 현장 상황과 발생 경위, 그에 따른 부대 측의 대응 조치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앞으로 민간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특히 해병대의 재난관리규정 및 재난유형별 위기대응 실무매뉴얼 등이 사고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됐는지, 무리한 수색 지시는 없었는지 등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해병대 측은 실종자 수색작전 당시 "소방당국이 '강 경계지역 진입 금지' 등 안전 유의사항을 통보했다"는 주장을 놓고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어 이 부분 또한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병대 측은 지난달 17일 오후 1시30분과 오후 9시쯤 각각 예천군 수색 현장에서 소방당국으로부터 수색현장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협조회의를 진행했지만, 안전 유의사항에 대해선 듣지 못했다고 전하고 있다.
따라서 군 관계자들의 지휘·통솔 책임 및 과실 여부에 따른 징계 수위, 그리고 형사 처벌 여부까지도 최종적으론 경찰의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병대는 장병들의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올 1월 해병대 안전단을 창설했다. 그러나 현재 운용 중인 관련 매뉴얼엔 하천변에서 실종자 수색작전 등을 펼칠 때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착용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해병대는 "탐색구조부대를 특정한 별도의 안전 매뉴얼은 없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각종 대민지원 간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별 안전대책 및 현장 안전조치 매뉴얼을 구체화해 보완 중"이라고 전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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