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잡아야 하는 판독센터의 오심···심판도 못 보는데 화면까지 놓치는 KBO리그의 판정[김은진의 다이아몬드+]

김은진 기자 2023. 8. 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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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외야수 나성범이 지난 1일 포항 삼성전에서 3회말 삼성 류지혁의 타구가 펜스에 맞았으나 홈런으로 선언되자 심판에게 어필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BO리그는 2017년 비디오 판독 센터를 설립했다. 심판들이 심판실에 모여 TV 중계 화면을 확인하고 판정하던 ‘심판합의판정’을 메이저리그처럼 KBO에 위치한 판독 센터에서 확인한 결과를 헤드셋을 통해 현장의 심판진에게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비디오 판독의 주체가 심판에서 판독센터로 이동했다.

각 구장에 영상 장비를 설치해 자체적으로 화면을 확보, TV 중계 화면에 잡히지 않은 부분까지 정확하게 잡아내겠다는 취지를 더했다. TV 중계 화면에 의지해야 하다보니 중계가 없을 경우 혹은 방송사의 촬영이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판독이 불가했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비디오 판독 센터 도입 7시즌째, 오심이 쏟아진다. 현장에서 “보다보다 이런 건 처음”이라고 할 정도의 어처구니 없는 오심까지 나왔다.

지난 1일 포항 삼성-KIA전에서 3회말 2사 2루 류지혁의 타구가 우측 외야 높이 향했다. KIA 우익수 나성범이 조명에 공을 놓쳐 따라가지 못했고 타구는 우측 외야 펜스에 맞았다. 포항구장 외야 펜스 상단은 철조망으로, 그 아래는 푹신한 안전펜스로 돼 있는데 타구는 안전펜스의 윗부분을 맞은 뒤 높이 튀었다. 그 공을 또 관중이 손댔다. 공이 펜스 뒤로 넘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관중이 글러브를 앞으로 뻗어 낚아채려다 놓쳤고 공은 다시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명백하게 홈런이 아닌 이 타구에 심판은 홈런 사인을 냈다. 류지혁이 홈까지 밟았다. 삼성이 4-0으로 앞서던 경기는 6-0이 됐다.

KIA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그러나 판독 결과는 원심을 유지한 홈런으로 인정됐다. 나성범과 함께 각도상 이를 정확히 목격한 중견수 소크라테스까지 손을 가로저으며 반발했으나 비디오 판독은 최종 판정이라는 원칙에 더 손쓸 도리는 없었다. 4-0와 6-0의 큰 격차를 심판진과 비디오판독센터의 ‘연쇄 공동 오심’이 만들어냈다.

KBO는 “중계 화면으로 비디오 판독을 해야 했는데 처음에 관중이 잡는 부분만 받는 바람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이날의 판정은 대단히 무책임하다. 이날 경기가 열린 포항구장은 제2구장이라 KBO의 자체 영상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다. 방송사에서 제공한 중계화면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자료가 한정돼 있으니 오히려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고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하는데, 이날 비디오 판독은 평소와 달리 30초도 되지 않아 바로 끝났다. KBO 설명대로라면, 정작 판독해야 할 사항은 타구가 최초에 떨어진 지점과 시점이었는데 판독센터는 쓸 데 없이 그 이후 상황만 보고 약 30초 만에 홈런으로 판정을 내린 셈이다. 30초는 화면을 한 번 이상 자세히 들여다보고 결과까지 발표되기에 부족한 시간이다.

KIA 김종국 감독이 지난 7월13일 광주 삼성전에서 삼성 타자 주자 피렐라의 파울라인 안쪽 주루에 시야가 막힌 투수 양현종의 1루 악송구에 비디오판독까지도 ‘투수의 단순 악송구’로 판정되자 항의하고 있다. 김종국 감독은 이 항의로 퇴장됐다. 연합뉴스



비디오 판독은 순간 육안으로 놓칠 수 있는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도입됐다. 심판이 공정하게 판정하려 노력하다가 어쩌다 실수로 놓치는 부분을 녹화된 화면으로 다시 보고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선수는 보는 것을 심판은 못 보고 비디오 판독으로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판독센터는 앞서 5월13일 대구 삼성-LG전의 ‘밀어내기 태그’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이튿날 KBO가 “수비시 주자의 베이스 터치를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 등에 대해 엄격히 판정할 것을 심판조와 비디오 판독센터에 지시했다”며 사실상 오심을 인정했다. 6월16일 광주 KIA-NC전과 7월13일 광주 KIA-삼성전에서는 주자의 스리피트 위반 여부를 판독하면서 정반대의 판정을 내놔 큰 논란이 됐다. 진짜 투수의 악송구일 때는 주자를 스리피트 위반으로 아웃시키더니 누가 봐도 스리피트 위반 주루에 수비가 방해받았을 때는 투수의 단순한 악송구라고 판정을 내렸다. 이에 항의한 김종국 KIA 감독은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퇴장됐다. 그리고 불과 한 달도 안 돼서 더 명백하고 황당한 오심이 나왔다.

비디오판독 시스템의 가장 큰 맹점은 비디오판독으로 넘어간 이상 그 결과는 심판의 손을 떠난다는 것이다. 헤드셋을 낀 순간부터는 판독 센터가 유일한 심판이다. 현장의 심판은 그 결과를 통보받아 사인으로 알리는 행위만 한다.

권한이 없으니 책임도 경감되는 것이 부작용이다. 최초 판정에 어떤 실수가 있었더라도 비디오 판독으로 넘어가면 바로 무의미해진다. 애초에 심판이 현장에서 타구를 가장 정확히 쫓아야 하는데 비디오판독이 실시되면 주객이 전도되다보니 상대적으로 그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 현장에서는 부정확한 판정이 너무도 잦은 것을 두고 비디오 판독을 일종의 방패로 삼는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판독 센터는 그 오심을 바로잡으라고 존재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이 판독센터에서마저 오심을 잡아내기는커녕 오심의 주체가 되고 있다. 누구도 이해 못할 판정에 오심까지 자꾸 내놓으면서 그 결과에는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게 하는 경기가 어떻게 공정할 수 있을까.

올시즌 개막 이후 박진만(삼성), 김종국(KIA), 이강철(KT), 홍원기(키움), 래리 서튼(롯데), 이승엽(두산)까지 무려 6명의 감독이 8번이나 퇴장을 당했다. 전부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해 퇴장됐다. 항의 내용이 정당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도 없다. 판독 결과에 항의하면 무조건 퇴장이기 때문이다.

비디오 판독은 최종 판정이다. 판정 시비에 대해 어느 정도 선은 있어야 하는 터라 그 결과에 반박할 수 없게 하는 것은 틀리지 않다. 판정 항의를 제재한다면 오심에도 제재는 있어야 한다. 이 지경까지 오심을 내놓는 심판과 판독센터를 누가 어떻게 믿고 경기할 수 있을까.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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