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태가 먼저 임찬규를 깨웠다…이제 김윤식, 이민호 차례다
[OSEN=백종인 객원기자] 홈 팀 선발에게 고비가 왔다. 6회 초였다. 선두 김혜성에게 맞은 2루타가 화근이다. 우익수 플라이(로니 도슨), 유격수 땅볼(이원석)로 너무 쉽게 1점을 잃었다. 4-1이던 스코어는 4-2로 좁혀졌다. 그러나 아직은 괜찮다. 아웃 하나만 더 잡으면 퀄리티 스타트다. (1일 잠실, LG-키움전)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다음 타자(송성문)에게 또 비틀거린다. 연달아 볼 4개다. 포수 박동원이 타임을 부른다. 마운드 미팅으로 열을 식혀준다. 그런데 효과가 없다. 하필이면 다음이 며칠 전 팀 동료다. 이주형과의 승부는 만만치 않다. 카운트 1-1에서 3구째가 몰렸다. 가차 없는 응징이 돌아온다. 중견수 앞 라인드라이브 안타다. 2사 1, 3루로 위기가 커진다.
92번째, 이 공이 마지막이다. 벤치가 결단을 내린다. 6회를 끝내지 못하고 교체된다. 마운드를 물러나며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그러나 호투였다. 5.2이닝을 5안타 2볼넷 2실점으로 막아냈다. 삼진도 5개를 빼냈다. 선발 투수의 역할은 충분했다. 팀의 연승도 이어졌다. 자신의 7승째(2패)이기도 하다. 6월 27일 랜더스전 이후 한 달여 만의 승리다.
지난달 29일이다. 트윈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LGTWINSTV가 라이브를 켰다. ‘엘튜브는 소통을 하고 싶어서’ 7월 편이다. 정용검 캐스터가 진행을 맡고, 차명석 단장이 출연했다. 전반기 여러 일들을 팬들에게 설명하는 형식이다.
첫 주제는 뻔하다. 시끌시끌했던 트레이드 다음 날이다. 당연히 그 얘기로 시작했다. 두 구단 간의 밀당, 막전막후. 긴박했던 스토리의 대략이 공개됐다. 그리고 성사시킨 책임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최원태의 영입이 갖는 의미, 효과…. 뭐 그런 것들이다. 특유의 웃음기가 보태진다.
차 단장의 말이다. “최원태 선수 정도면 우리 팀에 와서 3선발 정도를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사실 임찬규가 3선발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고, ‘니 자리는 네번째로 가야 한다’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좌중에 키득거림이 가득하다. 정용검도 빵 터진다.
얘기는 이어진다. 이번에는 전반기를 돌아보는 내용이다. 임찬규가 토종 1선발로 자리매김한 것 아니냐는 팬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역시 차 단장의 유머가 반짝인다.
“임찬규한테 한마디 했어요. 본인은 저 보면 자꾸 뭐, 언제 계약할 거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그런 말을 잘 쓰거든요. 사람이 죽기 전에 건강이 잠깐 회복돼요. 회광반조(回光返照)라고, ‘넌 아무리 봐도 그건 거 같다’. 그랬더니 ‘앞으로 후회할 짓 하지 마시라고, 내가 언제까지 이 팀에 있는 것 아니라고’ 엄포를 놓고 가더라구요.”
하지만 이내 정색이다. 속마음을 이렇게 표현한다. “잘 해줬습니다. 정말. 임찬규가 없었으면 1위 하기 쉽지 않았죠. 분명히 전반기 수훈 선수는 임찬규 선수입니다.”
차 단장의 말 그대로다. 임찬규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5월까지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11게임에 등판해 5승 무패의 전과를 올렸다. 45.2이닝을 던져 자책점은 10점뿐이다. ERA는 1.97로 발군이었다. 애덤 플럿코에 이어 팀 내 두 번째 숫자다.
하지만 부침이 있었다. 6월 이후는 하락세다. 7번 출장에 1승 2패를 기록했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 역시 5점대(5.02)로 치솟았다.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 것 아닌가. 그야말로 회광반조인가.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두 달이었다. 아울러 팀에게는 걱정이 깊어지는 수치들이다.
그 무렵에 이뤄진 트레이드였다. 최원태 영입은 미묘한 역학관계를 만들었다. 토종 1선발, 혹은 1위 팀 3선발이라는 위치도 애매해졌다. 팬들의 반응도 다채롭다. ‘전학생에 전교 1등 뺏긴…’ ‘홍일점 뺏긴…’ 등등의 비유들도 등장했다.
그런 상황에서의 심기일전이다. 불안했던 6~7월을 보낸 뒤의 호투다. 공교롭게도 트레이드 후 첫 등판에서 이뤄졌다. 때문에 최원태 효과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차 단장은 이걸 ‘메기 효과’라고 표현했다.
물론 임찬규 만이 아니다. 사실 메기 효과를 바라는 대상은 따로 있다. 유망주들이다.
“우리 젊은 투수들이 언제까지 선발 자리가 자기네 것이라고 생각하는 안이함을 버리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구단이 선수를 믿고 키우는 것도 있지만, 나태하고 그 모습이 보기 안 좋으면,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는걸…(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차 단장의 정색은 계속된다. “지금 유망주라고 불리는 몇몇 선수들은 조금 더 절박하게 해야 된다는 메시지도 보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서로 경쟁할 수 있는 메기 효과도 생각한 겁니다. (후반기에는) 와야죠, 빨리. 김윤식, 이민호, 손주영, 이상영… 와야죠, 지금 못 오고 있잖아요. 자리가 비었는데도… 항상 자리가 있는 게 프로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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