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직원들, 생태탐방원 객실을 개인별장처럼 썼다

■ 지리산·내장산 등 생활관 부당사용
시민은 ‘별따기’인 휴양지 숙소
예비로 남겨놓은 8인실 독채 등
공단직원·지인들이 공짜로 이용
권익위가 밝혀낸 사례만 14건

휴가철을 맞은 국민들은 국립공원 휴양시설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지만 정작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은 국립공원 내 생태탐방원 예비객실을 가족·지인들과 공짜로 독차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시민은 예약조차 막혀 있는 대형 예비객실을 공단 직원들이 전용 콘도처럼 독식한 행태에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6월 국립공원공단이 운영 중인 전국 8개 생태탐방원의 생활관 예비객실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5곳에서 공단 직원과 지인이 예비객실을 무료로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2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공단 직원들이 지리산·내장산 등 5곳의 생태탐방원 생활관 예비객실을 다른 직원·지인 등의 청탁으로 무료 대여한 경우가 14건에 달했다.

특히 생태탐방원 8곳은 모두 일반 시민은 온라인 예약이 불가능한 한옥 별채나 연립동 형태의 예비객실을 각 1채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객실은 일반 객실 투숙 중 문제가 있을 경우 바꿔주기 위해 예비로 남겨두는 곳이다. 이들이 공짜로 이용한 예비객실은 시설마다 가장 비싸고 큰 8인실 독채 등이다.

조사 결과 A 생태탐방원은 다른 사무소장의 청탁을 받고 지난 5월 두 차례에 걸쳐 한옥 별채 1실을 1∼2박 무료 숙박하도록 하는 등, 올해 상반기 모두 5명의 직원이 6차례에 걸쳐 무료 숙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B 생태탐방원은 1월 다른 사무소 직원의 청탁을 받고 같은 달 30∼31일 무료로 사용하게 하는 등 2명이 2차례에 걸쳐 연립동 1실에 무료 숙박했다. 이미 퇴직한 직원까지 ‘공짜 숙박’의 혜택을 누리기도 했다.

C 생태탐방원은 퇴직 직원 등의 청탁을 받고 4월과 5월 2차례에 걸쳐 연립동 1실에 무료 숙박을 하도록 했다. D 생태탐방원도 5월 내부 직원 청탁을 받고 3차례에 걸쳐 연립동 1실에 무료 숙박하도록 했다. 심지어 E 생태탐방원 원장은 올해 5월 본인이 운영 책임을 맡은 생태탐방원 연립동 1실에 가족 방문 명목으로 무료 숙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에 따르면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설악산·한려수도 등 전국 국립공원 8곳에 생태탐방원을 열고 생태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에만 온라인 사전 예약을 통해 생활관 객실을 유료로 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취재진이 온라인 예약시스템을 통해 객실을 예약하려고 시도하니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강당·강의실을 함께 예약해야 해 1박에 수십만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립공원 휴양시설을 공단 직원들이 부당하게 사용하는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며 환경부 등 관계기관에 철저한 감사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권익위는 “조사 과정에서 공단의 예비객실 관리 대장과 온라인 예약 자료가 없어 부득이 해당 직원들의 기억과 진술에 의존해 최근 6개월간 사용 내역을 확인했다”고 밝혀 실제 부당 사용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공원공단 측은 예비객실의 사용 내역조차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