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민은행 "유동성 충분히 유지할 것"..구조적 통화정책 '만지작'
【베이징=정지우 특파원】경기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의 통화당국이 정책 도구를 최대한 활용해 유동성을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에서 금리 조정이 아직 양방향으로 열려 있는 만큼, 중국도 금리 격차를 더 유발할 수 있는 기준금리 대신 구조적 통화정책 도구 등 다른 대책을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상하이증권보 등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가외환관리국은 전날 ‘2023년 하반기 실무회의’를 열고 하반기에 거시경제 조정과 통제를 강력하게 실시하고, 경기순환 조정과 정책 준비금을 강화하며, 경제의 고품질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당국은 회의에서 “다양한 통화정책 도구를 종합적으로 사용해 유동성을 합리적으로 풍부하게 유지하고, 총량과 구조적 통화정책 도구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과학기술 혁신, 녹색 개발, 중소기업 발전을 적극 지원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조적 통화정책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은 줄이면서 특정 업종에 선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이다.
농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재대출·재할인이 여기에 속한다. 또 과학혁신기술, 청정석탄기술지원, 탄소배출감축지원, 교통물류지원 등 특정 분야를 지목해 지원하기도 한다.
중국 당국이 금리 인하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유동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미국이 인플레이션 둔화 분위기에도 금리 동결을 완전히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섣불리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가 미국이 연말에 다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위안화 약세와 자금 유출을 부채질하는 양국의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당국도 회의에서 “국경 간 자본 변동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합리적인 균형 수준에서 위안화 환율의 기본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은행이 환율 위험 관리 서비스의 장기 구조를 개선하고 해외 기관 투자자의 국내 증권 선물투자 자금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웨카이증권의 뤄즈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증권보에 “구조적 통화정책 도구 사용 규모는 여전히 낮다”면서 “금융기관이 국가 경제의 핵심 영역에 취약한 업종에 대한 지원을 늘릴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화 환율이 지나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외화예금 지급준비율 조정, 외환리스크 준비금 비율 조정 등을 동원할 수도 있다.
외화 지준율은 금융기관들이 고객의 외화예금을 언제든지 내어줄 수 있도록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맡겨두는 자금의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을 낮추면 은행들은 활용할 수 있는 외화가 늘어나고 곧 달러 시중 공급량도 증가하게 된다. 달러가 풀리면 달러 가치도 떨어져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인 지준율처럼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개입이다.
인민은행은 지난해에도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자, 외화 지준율을 기준 9%에서 8%로 1%p 내렸다. 인민은행의 외화 지준율 인하는 17년 만이었다.
금융기관이 선물환 거래를 할 때 인민은행에 1년간 예치해야 하는 금액의 비율인 외환위험준비금 비율 조정도 거론된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던 2015년 10월 선물환 거래액의 20%를 외환위험준비금으로 요구해 자국 통화가치를 방어했다. 이후에도 2017년 9월(비율 0%)과 2018년 5월(20%), 2020년 10월(0%), 2022년 9월(20%) 등 수시로 조정해 왔다.
당국은 회의에서 개인주택 대출금리, 개인주택 대출 1차 자급비율의 지속적인 하향 조정을 유도해 주민들의 주택 수요를 더 잘 충족시키고 시중은행이 개인주택 대출금리를 질서 있게 조정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외 투자자의 중국 시장 투자 절차를 가속화하며 투자 가능한 자산 유형을 풍부하게 하는 등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 당근책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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