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지고도 투표 조작해 권력 연장 시도”…트럼프 또 기소
이미 2건의 다른 범죄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또 기소됐다. 이번 기소는 불법적으로 정부를 탈취하려 했다는, 쿠데타와 비슷한 행위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유죄가 인정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잭 스미스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를 검토한 워싱턴 연방 대배심은 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부 사취 공모, 공무집행 방해 공모, 권리 행사 방해 등 네 가지 혐의로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이 네 가지는 각각 징역 5~20년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를 공모한 혐의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등 측근 6명도 기소됐다. 기소인부절차는 3일 워싱턴 연방법원에서 열린다.
앞서 뉴욕 맨해튼 검찰은 성관계 입막음 돈과 관련해 그를 회계 조작 혐의로 기소했다. 스미스 특검도 앞서 백악관에서 기밀을 무단 반출한 혐의로 그를 기소했고, 이와 관련된 증거 인멸 혐의를 나중에 추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가 된다면 내년 미국 대선은 주요 후보가 여러 형사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가운데 치러지는 초유의 상황을 맞는다.
스미스 특검이 이번에 적용한 혐의의 핵심은 2020년 11월 대선에서 패하고도 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인증을 조작해 권력을 연장하려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 중 총 232명을 확보해 306명을 가져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졌지만 부정 선거 때문이라며 결과에 불복했다. 그는 이듬해 1월6일 상·하원 합동회의의 마지막 요식 절차인 선거인단 투표 인증을 주재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인증 거부를 요구하고, 측근 의원들을 통해 제출한 가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이용해 대선 승리를 선언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펜스 부통령이 지시를 거부하자 지지자 수천명에게 의사당 진격을 요구했고, 이들의 의사당 난동 과정에서 5명이 숨졌다. 이 사건으로 1천명 이상이 기소됐다.
특검 쪽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사기와 폭력으로 권력을 유지하려 한 파렴치한으로 묘사했다. 공소장에 “피고인(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에서 지고도 권력을 유지하려고 결심했다”며 “피고인은 부정 선거 주장이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사실을 무시했다”고 적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의원들에게 선거인단 투표 인증 중단을 요구하면서 “폭력과 혼란을 이용하려고 했다”고 판단했다. 스미스 특검은 기자회견에서 “의사당에 대한 공격은 미국 민주주의에서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며 “피고인의 거짓말이 그것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선거에서 진 게 확실한데도 사기와 폭력으로 권력을 찬탈하려 하고, 의회 업무를 방해하고, 미국인들의 선거권을 부정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1·6 난동 사태’ 이후 갈라선 뒤 역시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펜스 전 부통령은 “이번 기소는 누구든 헌법 위에 서려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일깨운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이게 끝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내 표를 찾아내라”며 조지아주 국무장관을 압박한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어 추가 기소로 이어질 수 있다. 위스콘신주 등에서는 현지 공화당 당직자 등이 가짜 선거인단을 만든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기소 발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변인 스티븐 청은 성명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법률과 헌법을 준수해왔다”며 “그는 이 수치스럽고 전례 없는 정치적 기소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발표 직전 소셜미디어에 “미친 잭 스미스가 2024년 대선에 개입하려고 여러분이 좋아하는 대통령을 기소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왜 2년 반 전에 하지 않았나? 내 선거운동 중간에 기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운동본부는 앞선 두 차례 기소처럼 이번 기소도 재빨리 선거자금 모금 기회로 활용하고 나섰다. 선거운동본부는 ‘세 번째 부당한 기소’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을 뿌리면서 “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쓴 티셔츠를 47달러(약 6만원)에 판매하고 나섰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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