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연구자가 차별 느끼지 않도록" 산업부, R&D 참여 문턱 낮춘다

산업부, 미 실리콘밸리서 한미 R&D 설명회
"해외 연구자도 차별 없는 과제 참여 보장"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1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한미 산업기술 연구개발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외 연구자들도 차별 없이 산업기술 분야 연구개발(R&D)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산업부는 매년 수천억 원에 이르는 R&D 예산을 집행하는데 그 지원 대상에 주로 국내 연구기관이나 기업 등이 이름을 올리는 바람에 폐쇄적으로 운영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적에 관계없이 우수한 과제를 제안하는 누구에게나 참여를 보장해 제도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1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미 산업기술 연구개발 설명회를 열어 "국제공동 R&D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제공동 R&D는 한국과 해외 연구자들이 함께 첨단기술 R&D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는 프로그램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진행 중인 국제공동 R&D 예산은 약 3,000억 원인데, 이 중 해외 연구자들에게 배정된 건 10%뿐이라고 한다. 해외 연구자들의 참여가 저조한 가장 큰 원인은 훌륭한 과제를 기획하더라도 해외 연구자는 과제를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특허 같은 지식재산(IP)을 해외 연구자가 아닌 국가가 가지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이런 한계 탓에 정부 R&D 예산이 해마다 늘어도 참여 연구자 수는 제자리고 성과 역시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았다.

장 차관은 이와 관련해 "우수 과제를 기획한 해외 연구자의 과제 참여를 보장하고 국내외 연구자 사이에 차별을 없앨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연구 수행자 선정 절차를 개선하고 필요한 법률 지원이나 파트너 매칭 등도 돕겠다고 덧붙였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1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한미 산업기술 연구개발 설명회'에 앞서, 현지 기자들과 만나 설명회 취지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산업부는 R&D의 문을 열면 미국 연구자들의 참여가 특히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가 이날 실리콘밸리에서 R&D 설명회를 연 이유다. 장 차관은 "기후위기 등 어느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풀기 어려운 난제들을 해결하고 첨단기술 R&D 성과와 공정성을 키우기 위해선 국내외 연구자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면서 한미 양국 연구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설명회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엔비디아, 구글 등에 소속된 연구자 13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산업부는 이달 R&D 수요 발굴에 들어가 내년 초부터 한미 공동 R&D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